인건비 상승 핑계로 '다 오른다'
외식·서비스 가격 10% 이상 올라 … 할인혜택 줄고 배달료 받고 서민 '울상'
새해부터 인건비 상승을 핑계로 묻지마식 생필품·서비스 요금이 오르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인근 중국음식점도 최근 자장면 가격을 4500원에서 5000원으로 인상했다. 대부분 메뉴가격을 10% 가량 올렸다. 이 음식점은 인근 직장인이 자주 찾는 곳이다. 음식점을 찾은 최 모(41)씨는 "인건비 인상때문에 가격을 올린 것이냐"고 묻자 업주는 "이런 질문을 너무 많이 듣고 있다"며 "매출 절반은 배달인데 배달부를 줄일 수도 없어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헬스장도 최근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용료 인상을 밝혔다. 이 헬스장은 1년간 회원 이용료를 51만6000원에서 2월부터 신규 회원들은 65만9400원으로 가격을 조정한다고 했다. 헬스장측은 공지문에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이용가격 조정 요인이 발생해 가격을 올리게 됐다"며 "양해부탁한다"고 공지했다.
인건비를 탓으로 한 가격인상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관악구 봉천동에서 떡볶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는 이 모씨는 배달주문이 가능한 최소 주문금액을 85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다. 배달 대행료 인상을 이유로 들었다. 이씨는 "고객들이 떡볶이를 1만원어치나 주문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며 주문을 취소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며 "배달료가 올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영세한 업체 대부분은 배달 대행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대형업체들도 배달이용가격을 올리고 있다. 맥도날드는 배달 서비스인 '딜리버리' 최소 가격을 8000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다. 롯데리아와 KFC에 이어 모스버거도 비난 여론 에도 불구하고 햄버거 가격 인상에 동참했다.
업체들은 최저임금과 임대료 상승, 원자재 가격부담 등을 가격 조정의 배경으로 내세웠다.
성북구 성북동의 한 치킨프랜차이즈 가맹업체도 올 초부터 주문 고객에게 배달료 1000원을 받고 있다. 인건비는 늘었지만 가격인상이 어렵자 배달료를 받아 손실을 보전하자는 속셈이다. 업주는 "오른 급여와 배달 대행료를 따져보니 1만6000원짜리 치킨을 팔면 880원이 남는 구조"라고 하소연했다.
치킨을 주문하면 무료로 끼워주었던 콜라를 500~1000원씩 받은 경우도 생기고 있다. 한 치킨업주는 "예전에는 공짜로 주던 무우나 단무지도 추가로 요구하면 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나 빵집, 마사지숍 등은 할인 행사를 줄이고 있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커피점은 10회 주문 시 1회를 공짜로 주던 스탬프 카드를 없애버렸다.
직장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중저가 커피전문점들도 가격인상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지하철 역사내 매장이 많아 지하철커피로 유명한 마노핀은 커피가격을 300원씩 올렸다. 아메리카노(레귤러사이즈 기준)는 1500원에서 1800원, 카페라떼·카푸치노는 2500원에서 2800원, 카페모카는 3000원에서 35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저렴한 생과일 주스로 유명세를 탄 쥬씨도 음료가격을 인상했다. 토마토주스와 홍시주스가 1500원에서 2000원으로 인상됐고, 혼합주스 11종이 2000원에서 2500원으로 올랐다. 총 12개 품목의 평균 인상률은 25.6%다.
쥬씨 관계자는 "현재 가격인상 방침을 정하고 메뉴판 변경을 순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원가인상 등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중저가커피 대명사로 알려진 커피베이도 60여개 메뉴 중 약 13개 메뉴에 대해 최대 300원씩 인상했다.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는 기존 2500원에서 2800원으로, 밀크티는 3000원에서 3300원, 생과일주스는 4000원에서 4300원으로 각각 인상됐다.
중학생 자녀 두명을 키우고 있는 주부 김 모(43)씨는 "인건비 인상으로 인한 가격인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를 핑계로 비용 절감은 하지않고 매년 가격만 올리는 업주도 야속하다"며 "서민들의 삶은 더 퍽퍽해진다"고 말했다.
한편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물가는 전년보다 1.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만에 최고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