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진원, 세월호 다룬 만화 지원 배제

2018-02-02 10:55:24 게재

청와대 명단 따라 블랙리스트 실행 … 공모사업 심사위원에서 빼기도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박근혜정부 시절 블랙리스트를 작동해 문화예술인·단체들을 지원 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콘진원은 국정농단의 주무대로 밝혀진 바 있으나 블랙리스트 실행 사실이 확인된 것은 최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진상조사위)는 1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콘진원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밝혔다.

'노무현 지지선언'이 이유 = 진상조사위는 2014년 5월 청와대의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 방안'(관리 방안)에 따라 7명의 문화예술인들이 콘진원 사업 관련 블랙리스트에 올라 지원 배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이진희 은행나무출판사 주간, 오성윤 애니메이션 감독, 최용배 영화사 청어람 대표, 김보성 마포문화재단 대표, 김영등 일상창작예술센터 대표, 서철원 소설가, 김옥영 한국방송작가협회 고문 등이다.

관리 방안에는 이들에 대해 '이명박 정부 국정운영방식 규탄 시국선언' '노무현 지지선언/문재인 후보 대선 광고 촬영/영화 26년 초반부 애니메이션 제작' '영화 26년 제작사' '김두관 경남도지사가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장에 임명. 홍준표지사 당선후 해임하면서 법적공방. 민중가요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 대표출신' '용산참사 해결 시국선언' '문재인 멘토단' '전라북도 문화예술인 115명 문재인 지지선언' 등 지원 배제 사유를 밝히고 있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이들은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대중문화 콘텐츠산업 육성(음악)' '기초문화재단 기획사업' 등의 심사위원에서 배제됐거나 2014~2015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김 작가의 경우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위원 임기 만료 이후 교체됐는데 이는 '정부위원회 위원 조치 현황'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시점에 전원 교체할 예정' 명단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서류평가 4위인데 탈락 = 콘진원은 지원사업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만화에 최저점을 주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준 사실도 확인됐다. 진상조사위가 '2015 만화콘텐츠 창작기반조성 연재만화 제작지원 심사결과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과 부모들을 그린 가족만화인 '끈'은 서류평가에서 전체 4위를 기록했음에도 최종 지원을 받지 못했다.

'끈'은 블랙리스트 단체인 우리만화연대 소속 만화가인 유승하씨의 작품이다. 유씨는 '박원순지지 성명'을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이기도 하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 이 모 콘진원 산업팀장, A 심사위원, B 심사위원 등 3명은 '끈'에 최저점수를 줬으며 이는 '끈'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끈'에 평균 59점을 줬는데 다른 심사위원 3명이 평균 75점을 준 것에 비하면 16점이나 낮은 점수를 준 셈이다.

실제로 한 심사위원은 진상조사위 조사에서 "정치색을 이유로 '끈'이 지원 배제됐다"고 인정했다. 그는 "심사 당시 세월호 같이 정치색이 짙은 작품에 지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발언한 심사위원이 있었다"라면서 "나아가 우리만화연대의 출품작 중 정치색을 띤 작품들을 문제 삼았다"고 말했다.

이해관계자가 심사위원 = 이와 함께 진상조사위는 콘진원이 블랙리스트 작동과 별개로 특정 이해관계자를 지원사업의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킨 사실을 밝혔다. 2016년 대중음악 공연지원 사업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C씨는 당시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사무국장이었으며 그는 회원사에는 평균 86.25점을, 비회원사에는 평균 55.50점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016년 '상반기 해외 음악페스티벌' 심사에서는 심사위원 2명이 3회 연속 심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당시 콘진원은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서 특정 심사위원들을 지정한 후, 추첨을 하지 않고 임의로 순번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콘진원은 2일 오전 자료를 통해 관리 방안 문건에 대해 "진흥원과 무관한 문서로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도 진흥원에 전달 지시된 바가 없다"면서 "진흥원의 모든 문서와 서류를 검토해 특정 인물의 배제가 없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2015 만화콘텐츠 창작기반조성 연재만화 제작지원'과 관련해선 "서면평가와 발표평가는 그 결과가 크게 다를 수 있다"면서 "개별 심사위원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작품완성도와 무관하게 특정 작품을 배제했다면 심사위원 풀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콘진원은 "해당 사업 신청업체 관계자는 심사에서 제외하고 있으며 진상조사위가 지적한 심사위원의 경우 음악 관련 협회에 소속된 인물로 신청업체와 직접적 이해관계자는 아니다"면서 "3회 연속 특정인이 심사에 참여한 것은 해당 사업 계획 수립 시 사업의 연속성과 동일한 평가기준을 위해 동일한 심사위원이 일관성 있게 평가하는 것이 좋겠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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