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우리를 둘러싼 바다

환경운동 대모의 바다 이야기

2018-02-02 10:27:49 게재
레이첼 카슨 지음 /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1만8000원

'환경보호운동의 대모'로 불리는 레이첼 카슨(1907~1964)은 1962년 발표한 '침묵의 봄'으로 세계 환경보호운동사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침묵의 봄'은 당시 '기적의 살충제'로 불리던 DDT 등 화학 살충제가 실제로는 생태계를 참혹하게 파괴한다는 점을 생생하게 고발해 이후 환경운동의 패러다임이 일대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카슨이 처음 관심을 기울인 것은 바다 생명체였다. 그녀는 1936년부터 1952년까지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국에서 해양생물학자로 일한 후 글을 쓰는 데 전력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다. 이 책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의 가장자리'와 함께 그녀의 '바다 3부작'으로 불린다. 출판사가 기획한 '레이첼 카슨 전집'의 두 번째 책으로 새로 번역돼 출간됐다.

책은 반세기 전에 쓰여졌지만 저자의 해박한 해양학 지식을 보여 주고 있다. 어머니 바다에서 어둠이 싸인 원시 바다를 시작으로 심해에 사는 해양 생물과 바다의 변화, 조산 운동에 의한 대륙의 지각 움직임, 섬의 탄생 그리고 옛날 바다의 모양을 말하고 있다.

바다는 늘 인간의 마음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곳이었으나 미개척 분야였다. 해양학은 1950년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다. 반면 인류가 바다를 본격적으로 파괴하기 시작한 것도 이쯤이다.

강대국들은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이나 오염된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자연'의 공간으로 바다를 선택했다. 폐기물을 담은 용기에 콘크리트를 발라 미리 지정한 장소로 이동한 뒤 배 밖으로 내던졌다. 일단 처리하고 나중에 조사하자는 식이야말로 재앙을 부르는 태도다. 산소가 부족하고 악취가 풍기는 강어귀, 종양이 생긴 물고기, 쓰레기가 잔뜩 쌓인 죽은 해저 등 문제의 조짐은 이미 곳곳에서 발견된다. 급증하는 인구가 심해 바닥을 방사성 핵종, 유독 물질 따위로 뒤덮을 날도 머지않았다. 우리는 더 이상 팔짱을 끼고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