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미세먼지 대책두고 공방가열

2018-02-28 10:59:19 게재

정책 실패 인정한 것 vs 경고 역할했다

"물량공세, 비상대책으로는 한계" 지적도

서울시가 내놓은 미세먼지 후속대책에 대한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서울시는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중단한 것이 아니라 '정책 전환'이라는 입장인 반면 정치권에선 "정책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것 아니냐"며 깎아 내리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에선 대중교통 무료 정책에 대해선 긍정적이지만 서울시 미세먼지 대책이 물량공세 중심, 비상대책 중심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는 27일 그간 논란이 거셌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의 일환인 출퇴근시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중단했다. 대신 노후 경유차량 단속과 친환경차량등급제 시행 등으로 정책을 전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이날 이같은 내용을 대중교통 무료 정책 중단을 포함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출퇴근시간 대중교통 무료는 미세먼지의 심각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 역할을 다했다고 보고 중단키로 했다. 미세먼지특별법 제정 등 정부와 국회의 관련 대책 마련이 지연됨에 따라 차량 강제2부제는 시민주도형 캠페인으로 진행키로 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노후경유차량 운행을 제한하고 차량 친환경등급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르면 상반기부터 2005년 12월 이전 등록된 전국의 2.5톤 이상 경유차를 대상으로 운행을 제한한다. 차량의 친환경 수준을 7등급으로 나눠 라벨을 부착하는 자동차 배출가스 친환경등급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시가 미세먼지 개선 대책을 발표하자 정치권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비판이 쏟아졌다. 미세먼지대책을 두고 서울시와 각을 세웠던 남경필 경기지사는 SNS를 통해 "서울시가 이제라도 대중교통 공짜 정책을 포기한 것은 잘한 결정"이라며 "미세먼지는 한개 지자체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박 시장이 미세먼지 정책 실패를 자인한 것 아니냐'혹은 '미세먼지가 집중되는 봄이 오면 예산(249억원)이 고갈돼 선거에 지장을 받을까봐 서둘러 손을 뗀 것' 등 혹평이 줄을 이었다.

대중교통 무료 정책은 민주당 내에서도 박 시장 경쟁자들의 주된 공격 대상이었다. 일부 경쟁자는 이날 서울시 대책이 발표되자 '박원순의 항복 선언'이라며 깎아 내렸다.

시민들 반응은 정치권과 달랐다. 평가나 공방보다 중요한 것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단체 한 간부는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데는 분명히 역할을 했다. 다만 실제 저감 효과 등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환경단체 간부는 "시민 입장에선 공방의 승자가 누구인가보다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민건강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가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중단하게 된 데는 시민 제안이 큰 몫을 차지했다.

32개 시민사회단체 연대기구인 '미세먼지 줄이기 나부터, 서울시민 공동행동은 지난 22일 미세먼지 국내 발생량을 줄이고 노출피해를 줄이기위한 범시민 차원의 참여와 실천을 선언한 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정책 전환을 제안했다. 공동행동은 서울시의 대중교통 무료 정책이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고 차량2부제 등 더 강력한 정책으로 나아가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관 주도·비상조치 중심 기존 정책을, 시민주도·일상대책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중교통 무료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초점을 물량 공세 중심, 비상대책 중심에서 실효성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가 그동안 펴온 정책은 어린이집 공기청정기 수백개 지원, 마스크 수만개 지급, 수십억원의 무료 대중교통 제공 등 정밀한 분석에 기반한 실효성 위주 정책보다 물량공세 위주였다는 것이다.

비상시 조치가 아닌 일상 대책 수립과 실천으로 정책의 중심이 이동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중교통 무료, 재난문자 발송 등은 이미 미세먼지가 초고농도 상태일 때 발효되는 것으로 노출 피해를 줄이는데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연구와 청소년 환경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에코맘코리아 하지원 대표는 "연구에 따르면 30분 환기하는 것이 공기청정기를 하루 종일 트는 것보다 효과가 크다. 왜곡된 정보와 비상대책만 가지고선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면서 "관은 자기 몫을 다하되 시민이 동참하는 일상 속 대책을 수립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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