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를 위한 로드맵│③ 북 체제안전보장 또다른 카드

남북연합·공동집행위 제도화

2018-03-26 10:51:55 게재

북미수교·평화체제 외 세번째 방안 … 평화공존 제도화로 남북관계 진전

다가오는 남북·북미 연쇄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 체제안전보장을 맞바꾸는 '빅딜'의 성사 여부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원하는 체제안전보장을 이룰 방안은 평화협정을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과 북미수교가 거론돼 왔다. 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결과물인 2005년 9.19공동성명에 명시된 이후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여기에 더해 남북간 합의가 가능한 '평화공존의 제도화'를 세 번째 요소로 꼽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기본협정을 체결하고, 정상간 합의된 내용을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남북간 평화공존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자는 것이다.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수석 대북특사 등 특사단이 이달 5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면담하고 있다. 북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이 배석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를 북한에 요구하려면, 그 반대급부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체제안전을 보장(Guarantee)해야 남·북·미간 일괄타결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한반도문제 전문가 다수가 한반도문제의 근본 해결을 위한 '빅딜'의 방안으로 지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남북정상회담준비위 2차 회의에서 "이번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는 지난 두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기본 사항을 다 담아서 국회 비준을 받도록 준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치상황이 바뀌더라도 합의 내용이 지켜지도록 남북간 평화공존을 법제화하자는 것으로 제도화의 첫째 조건이다.

과거 남북간 합의에는 통일의 추진 방향과 이를 다룰 공동기구에 관한 사항도 포함돼 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은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통일 원칙과 군사적 충돌방지, 교류협력 등에 합의하면서 이룰 추진할 기구로 남북조절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2000년 6.15 공동선언은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의 공통점을 인정하고 이를 통일의 방향으로 삼기로 했다.

남북연합안은 대한민국의 통일방안으로 계승·발전돼 온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에 담겨 있다. 1994년 8월 김영삼정부에서 제시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화해·협력→남북연합→통일국가(1민족 1국가)의 3단계 통일과정을 경로로 삼고 있다. 남북연합은 이중 2단계로 각자의 외교, 군사력을 보유한 주권국 사이의 과도적 결합을 높이는 평화공존 방식이다. 남북이 서로 다른 체제와 정부 아래에서 통일 지향적인 협력관계를 통해 통합과정을 관리해 나가는 과도적인 단계다.

화해·협력 단계에서 남북연합으로 이어지는 초기 과정에서 남북간 문제를 논의할 메커니즘이 남북조절위원회 같은 공동위원회다. 7.4공동성명에 따라 남측 이후락 중앙정보부장과 북측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남북조절위가 구성돼 1972년 10월~1973년 6월 공동위원장회의, 본회의, 간사회의가 각 3차례 열린 바 있다.

조 연구위원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기본협정 체결, 정상회담 정례화와 더불어 EU(유럽연합)의 유럽집행위원회(EC)와 유사한 가칭 '남북집행위원회'를 구성해 남북 정상간 합의 사항을 총괄 관리하는 낮은 단계의 국가연합을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 제도화해 평화공존의 체제가 합의되면, 남북한은 대외적으로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경우 과거 두차례의 남북정상간 합의인 6.15선언과 10.4선언(2007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이 이뤄진다.

평화공존의 제도화나 남북연합은 미국과 중국 등 다자가 참여한 평화협정 체결과 별도로 남북 두 당사자 간에도 협의할 수 있는 북한 체제안전보장 장치라는 장점이 있다.

평화체제, 북미수교, 남북집행위를 통한 남북연합 체제의 삼각축의 구성은 북한이 한미동맹과 주한미군 주둔을 인정하는 틀거리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남북연합의 일원으로서 남한의 동맹인 미국으로부터의 핵무기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어 '되돌릴 수 없는' 체제안전보장을 이룰 수 있다.

이는 미국 등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체제안전보장을 약속받고 비핵화에 나섰지만 '부도 수표'를 받아 쥐었던 리비아와 우크라이나의 실패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리비아는 나토군 공습으로 체제가 무너졌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게 크림반도를 빼앗겨 북한은 미국의 체제보장 약속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한반도평화를 위한 로드맵' 연재기사]
① 비핵화와 평화체제│ 전쟁 종료 → 평화회복 → 관계정상화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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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북 체제안전보장 또다른 카드│ 남북연합·공동집행위 제도화 2018-03-26
④ 평화협정 참여주체와 형식│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 서명 당사자로 거론 2018-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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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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