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텃밭서 현역 기초단체장 대폭 물갈이

2018-04-25 10:47:19 게재

민주당, 전남 8곳 경선에서 4명 탈락

한국당, 경북 6명 탈락후 무소속 출마

경기도선 비리혐의 등 절반 이상 교체

6.13 지방선거 후보공천 과정에서 여야의 텃밭인 광주·전남과 대구·경북에서 현역 기초단체장들이 대폭 물갈이되고 있다. 연임제한·불출마 등으로 자연스럽게 교체가 이뤄지기도 했지만 공천에서 배제되거나 경선에서 탈락한 현역단체장들도 적지 않다. 연임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감과 지역구 국회의원의 견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지역의 경우 여야 모두 비위혐의 등으로 일부 현역 단체장들을 컷오프해 촛불혁명 이후 국민들의 개혁열망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당 공천 탈락자, 관 들고 당사 항의방문 6.13지방선거 자유한국당 구미시장 후보 공천을 신청했다가 1차 여론조사에서 탈락한 김봉재 예비후보 지지자 50여명이 24일 오후 '근조 자유한국당'이라고 적힌 관을 들고 경북도당 당사에 몰려가 항의했다. 김 후보는 지난 19∼20일 실시된 컷오프 여론조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여론조사 재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대구 연합뉴스


탈당전력, 국민의당 지지논란 등으로 감점 = 민주당 텃밭인 전남지역 기초단체장 경선에서 현역단체장이 대거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민주당은 지난 22~23일 전남 22개 시·군 중 단수 공천하거나 경선 보류지역을 제외한 13곳에서 기초단체장 후보 경선을 실시했다. 경선에 참여한 현역 단체장은 8명이다. 이 가운데 주철현 여수시장과 조충훈 순천시장, 김 성 장흥군수, 강진원 강진군수가 탈락했다. 강인규 나주시장, 최형식 담양군수, 김준성 영광군수, 이동진 진도군수는 경선을 통과했다. 탄탄한 조직력과 높은 인지도 등을 갖춘 현역 단체장들이 대거 탈락한 이유는 새로운 인물을 원하는 지역사회 분위기와 탈당 등 감점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철현 여수시장은 경선기간 내내 상대후보 등이 제기한 '상포지구 특혜비리 의혹'에 시달렸다. 대규모 매립지를 분양한 상포지구는 주 시장 친인척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조충훈 순천시장은 '3선 피로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장흥군수와 강 강진군수는 탈당 경력과 지난해 대선 때 손가락 세 개를 펼쳐 기호 3번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다는 정체성 논란에 휩싸여 각각 감점(10%)을 받았다. 반면 상대후보인 박병동 장흥군수 예비후보와 이승옥 강진군수 예비후보는 신인가점(10%)을 받아 현역단체장을 물리치는 파란을 연출했다. 광주 5곳 기초단체장도 3선 연임제한과 광주시장 출마 등으로 최소 3명 이상이 교체된다.

유권자 피로감, 국회의원 견제 등이 원인 = 대구경북지역에서도 현직 기초단체장들이 대거 물갈이됐다. 3선 도전 단체장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과 공천권을 쥔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견제 및 길들이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대구지역 8곳 기초단체장 가운데 3선으로 물러날 자유한국당의 임병헌 남구청장과 바른미래당의 윤순영 중구청장,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사퇴한 한국당 이진훈 수성구청장 등은 자연물갈이됐다. 한국당 공천과정에서 탈락한 김문오 달성군수는 유일하게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한국당 이태훈 달서구청장은 경선에서 이겨 재공천됐다. 류한국 서구청장, 배광식 북구청장 등은 단수로 재공천됐고 강대식 동구청장은 바른미래당 후보로 공천받았다.

경북지역 23곳 기초단체장은 전원 한국당 소속이다. 이 가운데 남유진 구미시장과 김영석 영천시장, 박보생 김천시장, 권영택 영양군수, 한동수 청송군수 등 5명은 3선으로 물러났거나 퇴진한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도지사에 출마하면서 지난 1월 사퇴했다. 나머지 기초단체장 후보 공천도 마무리됐지만 3선이나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단체장 6명이 공천에서 탈락, 무소속 출마에 나서는 등 후유증이 크다. 권영세 안동시장, 최양식 경주시장, 이정백 상주시장, 임광원 울진군수, 이현준 예천군수, 최수일 울릉군수는 공천에 불만을 품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거나 검토 중이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 적용" = 경기지역에서도 민주당과 한국당 소속 현역 기초단체장 절반이상이 물갈이된다. 25일 현재까지 공천심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은 현역 단체장 16명 중 9명이 교체되고, 한국당 역시 14명 중 절반인 7명 교체가 결정됐다. 민주당에선 도지사 출마(이재명 성남시장, 양기대 광명시장)와 3선 연임제한·불출마 선언 등으로 출마하지 않는 7명 외에 김성제 의왕시장과 오봉수 하남시장이 컷오프 됐다. 이와 관련 윤호중 민주당 경기도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 공천 키워드는 '클린공천'"이라며 "기초단체장 심사는 더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석우 남양주시장 등 3선 연임제한으로 출마하지 않는 3명과 불출마 선언을 한 황은성 안성시장 외에 3명이 교체될 전망이다. 김종천 포천시장은 최근 선거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고, 이재홍 파주시장은 비위혐의로 구속수감된 상태다. 원경희 여주시장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곽태영 방국진 최세호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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