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라스틱 없는 사회를 꿈꾼다

2018-05-18 10:50:49 게재
김은경 환경부 장관

1868년 탄생한 플라스틱은 '형태를 알맞게 빚을 수 있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됐다. 쉽게 형태를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의 제품 제조에 사용될 수 있었다. 값이 싸고 가공이 쉬운 플라스틱의 출현은 '인간에게 내려진 신의 축복'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후 플라스틱으로 만든 수많은 생활용품은 인간의 생활에 깊게 파고들었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초래하는 문제는 우리 모두 충분히 알고 있다. 몇 백년 동안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일으키는 환경오염은 심각하다. 물고기로부터 먹이사슬을 따라 인간의 체내에 축적되는 미세플라스틱 등의 문제는 인터넷이나 언론을 통해 빈번하게 접할 수 있다.

우리가 몇백년 살지 않는다고 책임 회피한 건 아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약 257억개의 플라스틱컵, 약 211억개의 비닐봉투 등 막대한 일회용품이 사용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량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몇백년 동안 살지도 않으니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은 오지 않을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한달 간 수도권에서 발생한 폐비닐 수거중단 사태는 이러한 문제가 TV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사태는 폐기물 수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제품의 생산부터 재활용까지 전 단계에 걸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물이다. 그동안 누적되어 온 문제가 극단적인 수거중단의 형태로 표출된 것으로 재활용 시스템 전반에 대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임을 시사한다.

정부는 5월 10일 유사사태의 재발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플라스틱 폐기물의 70%를 재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EU 플라스틱 전략의 목표가 '2030년 플라스틱 폐기물 50% 재활용'임을 감안할 때 보다 적극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 지자체 생산자 유통업계 등 각 사회 구성원들의 역할과 책임이 강화된다. 먼저 생산자는 자신이 만들어낸 제품에 대해 최대한 책임을 진다. 지금까지는 일부 제품에 대한 재활용 비용만을 사후적으로 부담했다면 앞으로는 제조 단계부터 재활용이 쉽도록 재질·구조를 개선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책임이 요구된다. 유통업계는 무분별하게 사용되어 온 비닐봉투, 일회용컵 등의 사용 저감에 앞장설 필요가 있다. 대형마트·슈퍼 등에서는 비닐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커피전문점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은 근절되어야 한다.

지자체는 그간 민간 영역에 의존해 왔던 공동주택의 재활용 폐기물 처리에 대한 최종적 책임을 진다. 공동주택의 민간 수거에 대해 그 현황을 파악하고 비상시 계약 조정, 직접수거 등 단계적 대응 매뉴얼에 따라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정부는 재활용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가격 급락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춘다. 또한 발생된 폐기물이 원료로 투입될 수 있도록 재활용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공공구매를 확대하여 수요처 확보에도 앞장선다.

일회용품 사용 저감 의지 보여준 성숙한 시민의식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대책 마련에 가장 큰 힘이 된 것은 불편을 겪으면서도 소비문화를 되돌아보고 일회용품 사용 저감 의지를 보여준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개개인의 조그만 실천 노력을 밑거름으로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반으로 줄이기 위한 정책은 충실히 추진될 것이다.

이번 사태를 우리나라 재활용 시스템을 혁신하고 소비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로 삼아, 이러한 문제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께 불편과 염려를 초래한 것에 대한 깊은 책임을 느끼며 정부는 시민사회, 주요 업계와 긴밀히 협력하여 대책이 실제 현장에서 잘 이행되도록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임을 약속드린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