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기 싫다" 하향지원 대세?

2018-05-21 11:20:45 게재

대선주자 안철수는 서울시장

총리지명자 김태호 경남지사

전직 국회의원들 기초단체장

광역의원들도 기초의원 도전

이번 6.13 지방선거는 '하향 지원'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선주자급 후보들이 광역단체장에, 전직 국회의원들이 대거 기초단체장에 도전하는 것은 물론 기초단체장에 출마했거나 광역의원을 지낸 후보들이 기초의원에 출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당이 선거 분위기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특히 야권은 '하향지원' 추세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후보공천 결과를 보면 소위 체급을 낮춰 하향 지원하는 후보들이 눈에 띈다. 불과 1년 전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대표적이다. 국무총리 지명자였던 김태호 전 의원의 경남도지사 출마도 '하향 지원'으로 볼 수 있다. 유시민 작가는 최근 JTBC '썰전'에서 "대선 후보를 했던 안철수·김문수·이인제씨, 총리지명자급인 김태호씨가 광역시·도지사로 출마한다"며 "대학입시로 치면 뚜렷한 하양지원 추세"라고 분석한 바 있다.

전직 국회의원들이 체급을 낮춰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이미 대세가 됐다. 민주당에선 은수미 전 의원이 경기도 성남시장 후보로 공천됐고, 정장선·백군기 전 의원은 경선을 거쳐 각각 평택시와 용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한국당의 경우 정미경 전 의원을 경기 수원시장 후보로, 박상돈 전 의원은 충남 천안시장 후보로 각각 공천했다. '친홍'(친홍준표)계인 조진래 전 의원은 경남 창원시장 후보로 공천됐고, 18대 국회 비례대표를 지낸 임동규 전 의원은 서울 강동구청장 선거에 출마한다. 정치권에선 "흔한 금배지보다 막대한 예산을 다루는 현역 단체장이 더 실속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기초단체장 후보 또는 현역 광역의원 출신이 기초의원 후보로 나선 경우도 있다.

지난 2009년 시흥시장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노용수 시흥비전연구소장은 오는 6월 시흥시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노 소장은 원래 이번에도 시흥시장에 도전할 예정이었으나 포기하고 시흥 다선거구에 예비후보로 등록, '가'번 공천을 받았다.

경기도의원 4명은 기초의원 선거에 출마한다. 남양주가 지역구인 이정애(민주당) 의원과 성남 출신 이영희(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도의원을 사직하고 각각 남양주의원과 성남시의원 공천을 신청해 후보로 확정됐다. 두 의원 모두 시의원 경력을 바탕으로 도의회에 진출했다가 다시 시의회로 유턴하는 셈이다. 한국당 비례대표 도의원인 공영애·박순자 의원은 화성시의회와 의정부시의회 비례대표 의원으로 공천을 신청, 모두 1번(여성)으로 공천을 받았다.

경기도의원이 4명이나 시의원으로 하향지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는 도의원 1명이 시의원으로 출마했고 2014년에는 1명도 없었다. 이번 선거에 시의원으로 출마하는 도의원들은 선거구가 조정되며 동료 도의원과 지역구가 겹치거나 향후 기초단체장·국회의원 선거를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의회 관계자는 "도의원들의 하향지원 배경엔 선거구 조정 등의 이유도 있지만 여당이 압도하는 현 정치지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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