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외국인 유권자' 11만명

2018-05-24 11:05:41 게재

영주권 취득 3년, 외국인등록대장 등록 외국인

투표율 높아지면 일부지역 선거 결과에도 영향

6.13 지방선거 때 투표할 수 있는 외국인이 10만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외국인 밀집지역의 경우 선거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정도의 적잖은 숫자다. 하지만 외국인의 투표율은 낮은 편이다. 이들이 주민으로써 지방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선 4기 때부터 투표권 행사 = 우리나라에서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준 것은 2005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영주권 취득 후 3년이 지나고 지방자치단체 외국인등록대장에 올라 있는 만 19세 이상 외국인에게 지방선거 투표권을 주고 있다.(공직선거법 15조 2항 3호) 외국인이 처음 투표권을 행사한 것은 2005년 7월 27일 제주도에서 실시된 주민투표 때다.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주민투표법도 개정돼 투표가 가능했다. 당시 제주도에서는 국내 최초로 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외국인들이 실제 주민대표를 뽑는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한 것은 이듬해인 2006년 5월 31일 실시된 제4회 지방선거 때부터다. 당시 투표권을 받은 외국인은 6726명이었다. 이후 2010년 민선 5기 선거 때는 1만2878명, 2014년 민선 6기 선거 때는 4만8428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하지만 투표율은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 2010년에는 유권자 1만2878명 중 4527명(35.2%)이 투표했고, 2014년에는 더 줄어들어 유권자 4만8428명 중 투표자가 8512명(17.6%)에 그쳤다.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는 나라는 아시아에서는 우리가 유일하다. 유럽의 경우 여러 나라에서 주민 투표권을 인정하지만 미국은 인정하지 않는다.

'주민권' 인정해 지방선거만 참여 = 올해 치러지는 민선 7기 지방선거에서는 외국인 유권자가 1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말 기준 투표 대상자는 10만7910명이다. 실제 투표일 기준 선거권을 갖게 되는 외국인 수와는 약간 차이가 있지만 최근 증가추이를 보면 선거인명부가 확정될 때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외국인들은 주로 수도권에 밀집해 살고 있다. 서울은 3만8935명, 경기도는 3만8627명, 인천은 7908명이 살고 있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8만1826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대만이 1만2677명, 일본이 6796명이다. 서울 용산·구로, 서울 안산·시흥 등 외국인이 밀집해 있는 일부 지역의 경우 이들의 투표참여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기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준 것은 거주자의 권리, 즉 주민권을 인정한다는 얘기다. 지방선거에서 자신들을 대변하고 대표할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것은 주민의 권리다. 반면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에는 외국인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는다.

문제는 외국인 투표권이 엄연한 주민의 권리인데도 행정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투표율이 저조한 원인도 같은 이유다.

실제 선관위는 투표권이 있는 외국인에게는 영문과 중문으로 된 투표 안내문이 발송한다. 그리고 지역별로 모의투표 등 참여 방식을 홍보하는 이벤트도 연다. 하지만 이들에게 선거 내용, 후보자나 공약 등을 별도로 홍보하지는 않는다.

행정안전부도 마찬가지다. 선거 업무를 다루는 부서의 경우 법무부에서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 현황을 받은 뒤 지자체와 함께 선거인명부를 정확히 만들어 선관위에 전달하는 일까지만 자신들의 일이라고 여긴다. 주민등록 업무를 다루는 부서의 경우 외국인이 주민등록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관심 밖이다. 외국인 주민 지원 정책을 다루는 부서 역시 투표권 행사까지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 개별 지자체나 선거 후보자들 역시 아직까지는 이들에 대한 관심이 낮다. 이창길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는 "권리를 준 이상 그 권리를 잘 행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외국인 주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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