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 '신흥국 긴축발작' 우려

2018-06-11 11:34:33 게재

아르헨·터키·브라질로 확산되는 '6월 외환위기설'

FOMC 0.25%p 인상예상 … 신흥국안정 여부 주목

이번 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신흥국 긴축발작'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브라질 등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자금 유출 속도가 빨라졌다. 이들 국가는 금리를 인상하고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신청하면서 '환율 방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헤알화 2년 만에 최대 약세 = 11일 국내외 증시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2~13일(현지시간)로 예정된 6월 금리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8일(현지 시각) 미 연방기금 선물금리에 반영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확률은 91.3%에 달했다. 미 연준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린 1.75~2%로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거의 기정사실로 된 상황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금리인상 자체가 아니라 올해 몇 번이나 할지, 그 횟수에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점도표에서 올해 연 3회 인상 경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신흥국들의 통화가치 급락은 심화되고 있다.

브라질 헤알화는 8일(한국시간) 아시아 지역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당 3.9 헤알에 거래됐다. 이날 새벽 브라질 외환시장에선 달러당 3.95헤알까지 떨어졌다. 2016년 3월 이후 약 2년3개월 만에 최저치다. 트럭운전사 파업 여파와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헤알화는 연초 이후로만 달러대비 -17.8% 하락했다.

이날 브라질 중앙은행 총재는 "외환 스와프 거래를 200억달러로 확대하고 외환보유액을 풀어서라도 시장불안을 진정, 방어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헤알화 가격은 일단 방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치적 불확실성으로도 연결된 이번 트럭파업은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을 하향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물류지장과 헤알화 약세가 겹칠 경우엔 물가를 상승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은 아르헨티나가 자금유출과 페소화 가치 급락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해 500억달러(약 54조원)를 지원받기로 결정한 날이다. 또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1.25%p 전격 인상해 17.75%가 됐다. 리라화 가치가 5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다 5월 물가 상승률이 12.15%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오후 리라화 가치는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아시아 지역의 증시도 급락현상을 보였다. 미국 금리인상과 실물경기지표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확대되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의 신흥국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면서 매도물량이 쏟아지고 글로벌 주요 증시가 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 우려도 나온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개별 국가 정치적 리스크 해소가 필요하다며 1차적으로 6월 FOMC 영향 확인 및 10월 대선을 앞둔 브라질의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 전까지 신흥국 채권에 대한 투자의견 하향 의견을 제시했다.

◆유럽 양적완화 중단 예상 = 이번 주 글로벌 빅3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한다. 미 연준은 13일에, 유럽중앙은행(ECB)은 14일, 일본은행(BOJ)은 15일에 기준금리 등을 결정한다.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유럽은 양적 완화(QE) 중단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만 기존의 확장 통화정책 방향을 유지할 전망이다.

ECB는 14일 라트비아에서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QE 중단을 검토할 예정이다. ECB는 오는 9월부터 이 프로그램을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물가 상승률(1.9%)이 ECB 목표치(2.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ECB는 현재 매달 300억유로 규모의 회원국 국채를 사들이면서 유로존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그런데 ECB가 이를 중단하면 유로존 경기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채 금리가 급등한 이탈리아도 ECB가 QE를 중단하는 데 부정적이다.

◆자금유출 가속화, 무역전쟁 우려 =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인한 자본유출현상은 신흥국 외환위기를 더욱 확산시킬 조짐이다. 외국인들은 신흥국에 투자했던 돈을 급격히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한국은 아직까지는 외국인 자본 이탈이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신흥국 자본이탈에 대한 불안과 한·미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 또한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안남기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은 오는 15일 이전에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최종품목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중국은 조치 발표시 그동안 미국 협상단에 제시한 미국제품 구매계획 취소와 함께 대등한 보복관게 부과를 예고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원달러환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오전 9시 40분 현재 달러당 1072.7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 거래일 종가보다 3.2원 떨어진 금액이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합의와 종전선언 등이 이뤄질 경우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원화 가치도 오를 것으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번 주 원달러환율은 북미 정상회담, FOMC, ECB 등 대내외 이벤트를 거치면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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