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왜 광역단체장직 인수위에?
경기·인천·부산 인수위에 현역의원 대거 배치
"세 과시하나" 눈총 … "중앙정치 예속" 우려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광역자치단체장 당선인 인수위원회에 현직 국회의원들이 대거 참여해 눈총을 사고 있다. 민주당 일부 단체장 당선인들이 지나치게 세를 과시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행정이 중앙정치에 예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18일 출범한 이재명 당선인은 민선 7기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 상임위원장에 4선 조정식 국회의원을, 부위원장에 3선 정성호 국회의원을 각각 임명했다. 이들 중진의원을 포함해 인수위에 참여한 국회의원만 11명이다. 각 분과위원장과 특별위원장은 물론 인수위 수석대변인까지 현역 국회의원인 김병욱 의원에게 맡겼다. 경기도지사직 인수위는 경기도 조례에 명시돼 있는 인수위원 정수(20명 이내)를 어기기도 했다.
박남춘 당선인이 구성한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에도 초선 국회의원 4명이 포진됐다. 인천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신동근 의원이 위원장을, 박찬대·유동수 의원이 각각 행정·협치위원장과 재정·예산위원장을 맡았다. 이번 지방선거 때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맹성규 의원도 인수위에 참여했다. 맹 의원이 맡은 역할은 공약위원회다. 이 밖에도 비서실장은 허종식 인천남구갑 당협위원장에게, 대변인은 백수현 인천시당 사무처장이 맡겼다. 현역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을 전진 배치해 사실상 민주당 인천시당을 옮겨놓은 듯한 모양새가 됐다.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도 인수위원회와 시민소통위원회 두 축으로 부산시장직을 인수하기로 하고, 위원장에 박재호·전재수 국회의원을 각각 앉혔다. 이 중 박재호 의원이 맡은 인수위는 이달 말 활동을 마치고 다음달부터는 시정기획위원회로 변경해 존치시킬 계획이다.
이 밖에도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이 구성한 인수위는 조승래 의원이 위원장 맡았고, 양승조 경남지사 당선인이 구성한 인수위는 김종민 의원이 맡았다.
이들 인수위들은 지자체와 국회의 공고한 협조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의 인수위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지사 인수위 관계자는 "국회의 역량을 인수위에 녹여내는 것은 문재인정부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경기도를 만드는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장 인수위 관계자는 "시정에 대한 지역 국회의원들의 책임성을 높인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민사회나 공무원들은 민주당이 지나치게 세를 과시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국회의원들에게 지방행정 현황파악을 맡기는 것은 중앙정치를 지방정치의 위에 두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며 "문재인정부가 지향하는 지방분권 시대에도 맞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단체장 인수위에 대거 배치되자 업무보고를 준비하는 공무원들의 부담이 커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소속정당이 다른 단체장을 맞이하는데다 현역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업무보고를 해야 해 부담이 상당하다"며 "마치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다.
단체장직 인수위 구성에 대한 법적 근거는 없다. 경기도와 대전시, 제주도, 충남 서천군 정도만 조례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을 뿐이다. 국회에 단체장직 인수위 구성 근거를 담은 4개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모두 통과되지 않았다. 하지만 새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대부분 인수위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또 필요성도 인정받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률안에 준한 설치·운영을 권고했다. 특히 권한을 넘어 직권남용 또는 과도한 자료요구 등으로 지자체 공무원과 갈등을 빚지 않도록 하라고 주의를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