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3권의 책으로 만나는 '피츠제럴드'

2018-06-22 10:27:05 게재
지난해 4월. 독자들은 마음산책 북스피어 은행나무가 함께 하는 유쾌한 이벤트를 만날 수 있었다. 제목과 표지를 감추고 책을 판매하면서 정해진 시간까지 제목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독자들에게 요청했던 '개봉열독 이벤트'가 그것이다. 어떤 책인지 알 수 없게 포장된 책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끌었고 독자들은 이벤트가 아니었더라면 무심하게 지나쳐 미처 만나지 못했을 좋은 책들을 만날 수 있었다.
디어 개츠비 / F. 스콧 피츠제럴드 외 지음 / 오현아 옮김 / 마음산책 / 1만4000원 재즈 시대의 메아리 /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1만2000원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 /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 진영인 옮김 / 은행나무 / 1만4000원


판매량이 좋았던 것만큼이나 3곳의 출판사들은 다른 출판사들과 함께 기획을 할 때의 경험 자체도 소중했다고 자평한다.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는 "무엇보다 평소에 책을 구매하지 않던 독자들이 흥미를 보이고 책을 구매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면서 "2곳도 아니고 3곳이나 되는 출판사가 뭔가를 함께 기획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만 이 과정은 또, 뜻밖에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개봉열독 이벤트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3곳의 출판사들은 올해도 어김없이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재기발랄한 이벤트 '웬일이니! 피츠제럴드'로 돌아왔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는 소설 '위대한 개츠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을 집필, 헤밍웨이와 함께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다. 3곳의 출판사들은 그에 대해 '소설, 산문, 편지를 동시 출간함으로써 다채로움을 조명해 보자'라고 의기투합했다. 소설은 은행나무의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 에세이는 북스피어의 '재즈 시대의 메아리', 편지는 마음산책의 '디어 개츠비'로 만날 수 있다. 모두 국내에 처음 번역된다.

지난해 보다 재미있는 이벤트를 준비하기 위해 기획회의를 거듭하던 중 "우리 출판사에서 피츠제럴드의 소설을 내볼까 생각중인데"라는 은행나무 편집자의 말에서 실마리가 풀렸다. 각 출판사들은 모두들 피츠제럴드를 좋아하고 그의 책을 직접 만들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표지를 감춘 지난해의 이벤트와 비교한다면 판형과 디자인을 통일하고 라이프스타일브랜드인 '데일리라이크'와 콜라보로 3권의 통일적인 디자인을 강조한 것도 특징이다.

장편소설 '아름답고 저주받은 사람들'은 '위대한 개츠비'가 탄생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아준 소설로 아내인 젤다 피츠제럴드와의 결혼 생활을 묘사한 자전적 작품이다. 1차 세계대전 직후 1920년대 재즈 시대 뉴욕의 생생한 초상이자, 어딘가에 뿌리 내리지 못하는 청년 세대에 대한 신랄한 묘사로 과잉과 부정의 시대에 대한 공포를 보여준다. 에세이 '재즈 시대의 메아리'는 살아생전 그렇게 성공한 작가라고 평가받지 못했던 그가 힘들었을 시기에 쓴 에세이 8편을 묶은 책이다. 그가 세계 대공황 이후 출간한 작품들은 실패했고 아내의 신경쇠약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스스로 실패했다고 여겼던 작가는 찬란했던 과거를 기록하고 진행 중인 고통을 생생하게 토로한다.

'디어 개츠비'는 피츠제럴드와 스크리브너스사의 전설적인 편집자 맥스웰 퍼킨스가 21년 동안 주고받은 편지 모음이다. 영화 '지니어스'의 주인공이기도 한 퍼킨스는 피츠제럴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을 키워낸 천재 편집자로 '위대한 개츠비'라는 제목을 제안했다. 이 책에서는 단순한 개별 편지의 나열이 아니라 작가와 편집자 사이에 꾸준히 오간 '대화'를 만날 수 있다.

3권의 책들은 20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되고 있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도서전에서 3권의 책을 구입하는 독자들에게는 리미티드 에디션 'What The Fitzgerald'를 증정한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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