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인터뷰 | 이재명 경기도지사

"국토보유세 도입해 불로소득 줄이고 싶다"

2018-07-19 18:46:43 게재

투자할 곳 없는데 투자할 돈 많은 시대

'복지'는 경제성장 담보할 유용한 정책

"경기도에서 초보적 기본소득제 도입"

"경기도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초보적으로라도 도입하고 싶다. 거대토지 소유주에게 국토보유세를 걷어서 지역화폐로 나눠준다면 불로소득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재명(사진) 경기도지사는 "기본소득제도는 자본주의체제에서 숙명적으로 관철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에 대비해 경기도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실험적으로 도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정부차원에서 전 국민을 상대로 실험하기 어려운 정책을 선도적으로 해보고, 유용성이 증명되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성남시의 청년배당 지역화폐 지급사례가 전국에 확산된 것을 예로 들면서 "이런 것이 바로 지방자치를 하는 이유"라고도 했다. 그가 경기도에 우선 도입하고자 하는 기본소득정책은 국토보유세다. 국토보유세는 일정가격 이상의 토지보유에 따른 세금을 일컫는다. 현재는 토지·건물을 보유하면 그에 따른 재산세를 걷고 일정 가격 이상의 부동산에 대해선 종합부동산세를 별도로 징수한다. 이 지사가 도입하려는 기본소득제도의 재원마련 방안이다.

기초단체장 출신인 이 지사는 경기도와 시군의 수평적 관계정립, 지방분권 강화도 강조했다. 시군과 도의회, 시민사회와 협치를 위해 가칭 '경기 협치위원회' 구성방안도 제시했다. 이재명 지사를 만나 향후 경기도정 4년에 대한 구상을 들어봤다.

■ 경기도 정부권력이 16년 만에 바뀌었다. 도정이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높다.

경기도는 물론 촛불혁명으로 대한민국 사회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내가 이 나라의 주인이며 국민의 뜻에 반하면 이미 수립된 국가권력도 교체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중요한 것은 국민이 주어진 정보에 따라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정보를 찾고 여론을 만들어 전파하는 집단지성체로 진화했다는 점이다. 그 힘으로 국민은 국가권력을 교체한데 이어 지방선거에서 '가짜' 보수 세력에게 철퇴를 가했다. 다가올 총선에서도 과거 적폐세력, 가짜보수세력이 지금과 같은 행태를 보이면 또 다시 철퇴를 맞을 거다.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두 번이나 믿고 뽑아준 더불어민주당, 특히 지방정부가 잘해야 한다. 그래야 계속 믿고 맡겨줄 것 아닌가. 그런 절박함을 갖고 잘해 나갈 생각이다. 앞으로 국민을 정치의 주체로 보지 않고 국민을 정치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 도정의 공정성, 공직자의 청렴성을 강조한다. 특별한 방안이 있나?

저한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저와 제 주변사람들이 공무원들에게 잘못된 걸 시키지 않으면 된다. 공직사회가 투명하고 공정해지는 건 신상필벌을 통해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사람은 칭친하고 부정한 사람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신상필벌을 할 사람부터 깨끗해야 하지 않겠나. 다른 건 몰라도 열심히, 깨끗하고 공정하게 일 할 자신은 있다.

■ 역대 경기도지사 가운데 첫 기초단체장 출신 도지사다.

보통 중앙정부 관료가 일을 제일 잘하고 광역지방정부가 다음으로 잘하고, 기초지방정부는 그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가장 민주적이고 현장에서 주민의사를 존중하며 일할 수밖에 없는 게 기초지자체다. 중앙정부는 스스로 알아서 하면 되지만 기초지자체는 광역단체와 중앙정부라는 또 다른 시험대가 있다. 주민과 가까이 있고, 주민들이 두 눈으로 지켜보니까 책임성도 강하다. 때문에 주민의사에 충실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더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곳이 기초지방정부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자율적 결정권과 여지를 최대한 기초단체에 주려고 한다. 특별조정교부금 같은 경우도 가능하면 기초단체, 지방의원의 의견을 많이 반영할 생각이다.

■ 지방분권을 강조하는데 중앙정부에 바라는 점도 있을 것 같다.

문재인정부는 자치와 분권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했고, 지방분권은 핵심 국정과제이기도 하다. 자치분권개헌도 시도했다. 중앙정부를 지방분권강화 측면에서 전적으로 신뢰한다. 한가지 건의하고 싶은 것은 헌법 개정이나 법률 개정을 통하지 않고도 시행령, 규칙, 관행 이런 것만 바꿔도 자치분권을 강화할 여지가 많다는 점을 감안해 줬으면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라도 빠르게 실행했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리고 싶다.

■ 도의회나 시·군과 협치를 강조한다. 어떻게 소통할 생각인가.

전에는 경기도와 시·군, 도와 도의회가 정치적 입장이 달라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은 도의회와 집행부, 시·군이 거의 단일한 정치세력으로 구성돼 있다. 초기단계부터 의견을 교환하고 의사결정을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 결정하고 난 다음에 협의하다보면 내부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 국민은 집안싸움으로 받아들여 더 크게 실망할 수 있다. 사전에 충분히 서로 소통하고 의사결정도 함께 하는 구조를 만들 생각이다. 집행부와 의회, 시민사회진영, 시·군까지 포함하는 가칭 '경기 협치위원회'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 인수위인 '새로운 경기위원회' 활동이 끝나간다. 어떤 성과가 있나.

인수위에 기본적으로 가성비 높은, 투자 대비 효율성이 높은 정책을 발굴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뭔가 큰 정책, 소위 '한 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작지만 유효한 정책들을 다양하게 많이 해서 티끌모아 태산처럼 성과를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손발이 바쁘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 행정은 정성이다.

■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복지도 늘리고 기본소득도 하면 재정부담이 클 것이란 우려도 있다.

우선 복지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투자할 곳이 많은데 투자할 돈이 없는 시대, 고도성장의 시대에는 국가재원을 기업 등에 투자하는 것이 유효했다. 기업을 지원하면 투자할 곳으로 돈이 흘러들어가 경제성장의 결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금은 투자할 돈은 많은데 투자할 곳이 없는 시대가 됐다. 투자할 곳이 없어 사내 유보금으로 쌓이고, 순환되어야 할 돈이 한 곳에 퇴적되고 있다. 이럴 때 국가가 할 일은 투자할 곳을 늘려주는 것이다. 시장을 넓혀주고 구매력을 증대시켜야 한다. 정부의 재원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투자할 곳을 늘리는데 써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복지'다. 지금은 복지가 투자의 반대개념이 아니다. 과거 전통적 의미의 직접투자를 훨씬 능가하는 새로운 경제성장 정책이자 지속성을 담보하는 거의 유일한 정책이라고 본다. 성남에서 했던 청년배당, 산후조리지원(신생아에게 주는 기본소득) 정책을 경기도에서 시행할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에 의한 일자리 축소, 초과이윤의 집중 등에 의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면 정부가 30%, 50%의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줘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의 생산력이나 부는 늘어나고 있다. 그걸 특정소수가 독점하고 다수 국민이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유일한 해법은 국가가 초과이윤을 회수해 다수 국민들의 생계보장을 해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30%, 50% 국민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보다 모두에게 주는 방식이 훨씬 비용이 싸고 효율적이다. 낙인효과도 사라진다. 노동소득이 적은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50만원 기본소득 지원받고 하루 3~4시간 일해 월급 70만원 받길 원하는 사람, 특히 문화예술분야에서 이런 일자리가 많이 생길 것이다. 지금처럼 복지지원 대상자로 선정되기 위해 노동을 회피하는 일도 없어진다. 이런 여러 가지 이점이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제도는 자본주의체제에서 피하지 못할, 숙명적으로 관철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기본소득제도를 어떻게 도입할 생각인가

중앙정부가 전 국민을 상대로 실험하는 것은 너무 어려우니 지방자치단체가 선도적으로 해보고 유용성이 증명되면 하고, 유용하지 않으면 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 성남에서 청년배당을 지역화폐로 지급하자 처음에 얼마나 비판했나. 그러나 지금은 전국에 지역화폐 열풍이 불고 있다. 효과가 증명된 거다. 이게 바로 지방자치를 하는 이유다.

경기도에서 기본소득제도를 초보적으로 도입하고 싶다. 현재 제도 하에서도 가능하다. 정부가 지방세의 한 유형으로 국토보유세를 목적세로 만든 다음, 조례로 하고 싶은 지자체만 하라고 하면 된다. 저항이 있는 곳은 쉽지 않겠지만 저는 설득할 자신있다. 어린이들 꿈이 과거엔 '사장'이었는데 지금은 '건물주'가 됐다. 노동하지 않고 타인의 노동력, 결과물을 전이 받아 사는 게 꿈이 된 사회가 무슨 희망이 있겠나.

경기도 살림에 부담이 되거나 지장을 줘가면서 할 생각은 없다. 재정 여력을 최대한 확보해서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고자 한다. 기본소득제도가 퍼주기가 아니라 경제성장을 담보하고 양극화를 완화하는, 불로소득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좋은 정책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 특례시와 분도 요구가 나온다. 이에 대한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문제는 현재 상태에서 특례시를 하게 되면 경기도는 재정자립이 불가능해진다. 나머지 시군이 타격을 입게 되선 안된다. 방향은 맞지만 중앙정부의 광역자치단체로의 재정이양에 맞춰가며 추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경기북부의 분도 요구는 각종 희생에 대한 보상을 못 받으면서 소외됐던 감정에서 나오는 요구라고 본다. 우선 희생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경기북부·동부 지원을 위한 특별한 제도를 만들고 있다. 제가 이루고자 하는 공정한 나라, 억강부약이 정신에도 부합한다. 경기도가 워낙 크기 때문에 나눌 필요도 있다. 그러나 자립의 여지를 최대한 만들어내면서 분도를 준비하자는 생각이다. 특히 정치권 이해관계가 아니라 도민의 의견이 반영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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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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