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모텍 증권집단소송 '절반의 승리'

2018-07-20 12:08:52 게재

증권사 배상책임 인정

배상액은 10%에 그쳐

"자본시장법 취지 위배"

이명박 전 대통령 조카사위 연루의혹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씨모텍 사건'의 투자 피해자들이 증권집단소송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뒀다.

법원이 증권신고서에 중요사항을 거짓 기재한 증권사의 배상책임을 인정했지만 배상액을 손해액의 10%로 제한하는 판결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증권집단소송을 제기한 186명의 투자자 외에 전체 배상대상은 4990명 가량 된다. 하지만 배상액은 DB금융투자에 청구한 145억5000여만원 중 10%인 14억5500여만원에 그쳤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신혁재 부장판사)는 박 모씨 등이 DB금융투자를 상대로 제기한 증권관련집단소송에서 13일 원고 일부 승소판결했다.

내일신문이 20일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DB금융투자는 2010년 씨모텍 유상증자 때 대표주관회사로 참여해 기업실사를 벌인 후 증권신고서에 거짓 기재를 했다. 나무이쿼티가 씨모텍을 인수할 때 빌린 외부차입금 중 220억원이 나무이쿼티의 자본금으로 전환되지 않았는데도 "전환됐다"고 적시한 것이다.

씨모텍은 유상증자로 약 286억원의 자금조달에 성공했지만 다음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고 주권매매가 정지됐다. 당시 주가는 주당 2015원이었는데 정리매매기간 동안 1주당 78원에서 17원까지 하락했다.

씨모텍이 상장폐지되면서 투자자들은 DB금융투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DB금융투자는 "나무이쿼티의 자본구조가 씨모텍에 투자하려는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사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차입금 중 220억원이 자본금으로 전환됐는지 여부는 씨모텍 지배구조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요소로서 씨모텍 주식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라며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이 의사결정을 할 때 중요하게 고려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사항"이라고 판단했다.

투자자들의 피해와 증권사의 허위기재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는 점도 인정했다. 투자자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지만 재판부는 손해배상책임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했다.

재판부는 "유상증자 후 씨모텍의 주가가 전적으로 이 사건 증권신고서 등의 거짓 기재로 인해 하락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손해의 상당부분은 씨모텍 자산에 대한 대규모 횡령과 배임행위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액을 일일이 증명하는 것이 극히 곤란하다며 '손해분담 공평의 원칙'을 제시하며 배상액을 10%로 제한했다.

투자자들을 대리한 법무법인 한누리는 "자본시장법은 증권신고서에 중요한 거짓 기재가 있을 경우 주간사인 증권사를 비롯한 책임주체들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고 있다"며 "의견란을 직접 거짓 기재한 사안에서 손해부담 공평의 원칙을 내세워 책임을 크게 감해준 것은 자본시장법의 입법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들은 1심 판결에 즉시 항소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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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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