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왜 날 낳았어?" 듣지 않으려는 엄마의 고백
비혼, 비출산을 일관되게 선언해 오던 한 여자가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는 여자의 삶을 뒤바꿔 놓았다. 그 동안 보지 못했던 큰 즐거움을 받고 있다. '아이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잠든 아이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 "아아 좋아"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돌봐줘야 하고 사랑하고 평생 지근거리에서 두고 지낼 존재'를 새로 만난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 다른 삶이 나타났다. 여자는 최선을 다했지만 늘 자신이 부족하다 느껴졌다. 아이와 함께 있다가 잠깐 졸을 때, 퇴근 후 파김치가 되어 책 한 권도 읽어주지 못할 때면 죄책감이 가슴을 눌렀다. 명절날 시댁 부엌에서 "남편한테 아침밥은 차려줘?"라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 맞벌이를 해도 남녀 책임의 무게를 다르게 간주당할 때, 울컥하는 마음이 솟곤 한다.
사랑의 무게가 이렇게 힘겨움으로 다가오지 않을 텐데, 사랑하는 가족이라면 일상이 기쁘고 행복해야 할 텐데... 이 여자 아닌 저자는 가족과 삶의 결은 행복이여야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 나섰다.
이 책은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 길 깊은 곳에는 '위로받고 싶은 한 어린 여자아이'가 있었다. 미술을 하고 싶은 아이는 엄마에 의해 피아노교실로 보내짐으로써 무시됐다. 비자발적 선택은 또래들이 3년 하는 피아노과정을 6년이 지나서야 겨우 도달하는 결과를 낳았다. 돼지저금통의 배를 갈랐을 때 엄마로부터 받은 종아리 체벌의 흔적은 지금도 남아 있다. 자신의 입장에서 양육 받지 못한 아이는 엄마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왜 날 낳았어". 비롯 마음 속 질문이지만 저자는 아직도 궁금하다.
사랑하는 아이를 앞에 두고 떠오르는 그 당시 엄마의 육아를 반추하면서 저자는 '나는 그러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육아는 저자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금방 깨닫게 된다. '유능한 아빠와 내조하는 엄마'라는 가부장적 그늘에 머물려 있는 남편과 함께 해야 하고, '남자아이가 무슨 인형을 좋아해'라는 이웃의 양성 차별적 접근도 넘어서야 한다. 나아가 대한민국 여성들의 자유로운 삶 확장에도 동참해야 함을 느낀다.
이 책은 3040대 여성에게는 동지적 나눔을, 남성에게는 여성과 진짜 사랑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