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

마음 두드리는 빗줄기의 속도는?

2018-07-20 10:17:25 게재
밥 버먼 지음 / 김종명 옮김 / 예문아카이브 / 1만7000원

세상에 광속보다 빠른 게 있나? '없다'는 게 우리들의 상식이다. 현대물리학의 문을 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무게를 가진 입자는 절대 광속을 넘을 수 없다'는 전제 아래 성립했다.

하지만 빛의 속도가 절대적 한계가 아니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쌍둥이 입자가 영향을 미치는 속도는 무한대다. '입자의 동시성 현상'은 이미 입증된 현실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는 빠른 것이 엄청 많다.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는 초당 1조번 진동한다. 은하계는 초속 24만km 속도로 서로 멀어지고 있다. 우주는 초당 10조큐빅광년(cubic light-years)씩 커지고 있다. 적도에 사는 주민들은 지구의 자전 때문에 시속 1600km씩 움직이는 속에 생활한다.

양자의 세계부터 무한한 우주까지, 그 속에서 발행하는 움직임과 속도를 탐구한 책이 나왔다. 세계적인 천문학자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 밥 버먼의 '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가 그것. 이 책에서 저자는 손발톱이 자라는 속도부터 우주의 팽창까지 우리가 살면서 궁금해 했던 것들에 대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답을 끄집어낸다.

'속도'와 '움직임'에 대한 저자의 호기심은 순전히 저자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했다. 자신이 살던 뉴욕주 마을에 허리케인이 닥쳤을 때 직접 피해를 경험한 저자는 "움직이고 소용돌이치고 꿈틀거리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찾아서 세상에 알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그는 바로 경이로운 움직임을 쫓고 있는 전문가와 연구원을 찾아 세계여행을 떠난다. 저자의 이런 경험은 책 곳곳에 양념처럼 어우러져 재미를 더한다.

사실 이 책은 물리학의 법칙을 다루면서도 전혀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다. '과학 커뮤니케이터'라는 저자의 또 다른 명함처럼 어려운 과학용어를 거의 쓰지 않고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현상을 설명하기 때문이다.

여름휴가철 비 오는 해변가 찻집에 앉아 '음, 지금 내리는 비의 속도는 시속 35km 정도 일거야'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모습을 떠올려보라. 과학은 그렇게 일상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것이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남봉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