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기준이 아직도 '가마니'라니…

2018-08-10 11:32:36 게재

일제 수탈목적 80㎏ 가마니 들여와 …실 포장은 대부분 10㎏, 단위 개정 추진

80㎏을 기준으로 한 쌀값 단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게 80㎏인 가마니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데다 실생활에서 쌀을 포장하는 단위도 10㎏ 기준으로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일 국회 등에 따르면 쌀 목표가격을 10㎏ 단위로 변경해 고시하는 내용의 '농업소득보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상임위에 계류중이다. 윤소하 의원 등 10명이 제출한 개정안은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 쌀 목표가격을 10㎏당 2만7875원으로 바꿔 3년간 고정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1920년대 대일 반출미 가마니.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현행법에는 쌀 목표가격이 80kg에 18만8000원으로 명시돼있다. 이 법에 따라 쌀값 기준선이 80㎏로 유지되는 셈이다. 국회 박완주 의원은 "1인당 쌀 소비량은 1년에 60㎏이고, 통계청도 20㎏을 기준으로 물가통계를 내고 있다"며 "쌀값은 80㎏을 단위로 하다 보니 소비자가격이 굉장히 비싼 것으로 오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쌀값은 왜 80kg을 단위로 계산하게 됐을까. 전통적으로 쌀을 재는 단위는 무게가 아니라 부피였다. 부피는 홉 되 말 섬 등의 단위로 쓴다. 쌀 한말은 지금쓰는 도량형으로 바꾸면 18리터이고, 무게는 16㎏이다. 한섬은 180리터로 곡식의 종류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벼는 200㎏, 쌀은 144㎏ 정도다. 심청전에서도 쌀은 가마가 아니라 섬을 썼다. 공양미 300섬은 144㎏짜리 300개다. 현재 쌀값(80㎏당 17만7000원)으로 계산하면 공양미 300섬은 9558만원이다.

현재 쓰고 있는 쌀값 단위 80㎏은 가마에서 유래했다. 전통적으로 우리가 쓰는 도량형에는 가마가 없다. 일제 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에서 쌀을 수탈할 목적으로 가마니를 사용하면서 단위가 변한 것이다.

쌀을 편하게 운반하기 위해 들여온 가마니는 1900년대초 일본에서 가마니틀이 들어오면서 일본말 '가마스'에서 따왔다. 볏짚을 1~2단으로 꼰 가는 새끼줄을 베처럼 짜서 자루로 만들었다. 가마니 폭으로 용적은 100리터가 나왔다. 쌀은 80㎏, 보리는 76.5㎏을 담을 수 있다. 전에 쓰던 섬의 180리터보다 작았다. 가마니는 두께가 두껍고 촘촘해 낱알이 작거나 도정된 곡물도 흘리지 않고 담을 수 있어서 이 때부터 쌀 단위가 섬에서 가마로 바뀌었다.

1960년대 들어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든 마대가 40㎏단위로 생산돼 추곡수매 등에 쓰이면서 가마니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공공비축미도 1톤에 담을 수 있는 톤백을 사용한다.

쌀값 기준인 가마니는 현재 사용하지 않는데다, 실생활에 유용한 단위도 아닌 셈이다. 쌀 소비 추세를 보더라도 포장단위가 10㎏ 이내로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단체 등에서는 쌀값 기준을 다른 곡물과 유사하게 1㎏ 단위로 바꿔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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