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엄마표 식단으로 '낙인효과' 없앤다

2018-08-30 11:03:00 게재

관악 '행복한 마마식당' 놀이·숙제지도

금천 지역사회 협업해 '마을밥상' 제공

맞벌이가정 자녀를 비롯해 끼니를 제대로 챙기기 어려운 아동·청소년을 위한 '동네엄마표' 밥상이 인기다. 관악구 주민과 서울대 자원봉사단이 뭉쳐 운영하는 '행복한 마마식당'과 금천구 지역사회가 협업으로 꾸렸던 '마을밥상'이다. 돌봄과 놀이·숙제지도가 더해져 마음건강을 챙길 수 있고 마을이 나서면서 '가난한 아이=무료급식'이라는 낙인효과도 사라졌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마을활력소 '행복나무'에는 화요일 저녁마다 인근 초등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구 자원봉사센터가 지난 4월 첫 선을 보인 '마을엄마와 마을아이들의 행복한 식당'이다. 어린이 빈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일본에서 발견한 '어린이식당'에서 착안했다. 관악만 해도 수급자 수가 1만2000명으로 서울 자치구 가운데 6위, 가맹점에서 급식을 해결하는 아이들만 2000명이 넘는다. 임현주 센터장은 "급식교환권을 나눠주는데 가맹점이 60개밖에 안되고 대부분 편의점에서 때운다"며 "취지에 공감하는 주민들과 지난해부터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금천구가 지난 여름방학 기부자 한명이 초등학생 식사를 지원하는 마을밥상을 운영, 인기를 끌었다. 금천구 사회적경제특구추진단도 기부자 대열에 합류, 점심 도시락을 직접 가져가고 그릇을 씻어서 반납하는 불편을 감내했다. 사진 금천구 제공


병원에 근무하는 영양사가 재능기부로 식단을 짜고 조리와 배식을 맡은 마마봉사단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특식을 섞은 밥상을 준비한다. 정육점에서 쇠고기 등 육류, 자원봉사자에 할인혜택을 주는 '좋은이웃가게'는 식재료와 밑반찬 등을 보탠다. 서울대 다솜봉사단은 놀이·숙제를, 개인 봉사자는 안전과 정리 귀가를 돕는다. 마을 전체가 움직이는 셈이다.

마마식당은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공간이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밥만 먹던 아이들이 또래와 웃으며 식사를 하고 뛰어논다. 이연경 자원봉사팀장은 "당초 30명을 목표로 했는데 아이들이 집에 혼자 있는 친구를 데려오곤 해서 매번 35~40명이 식사를 한다"며 "20명 정도는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찾아온다"고 전했다.

센터는 주민 후원을 연계해 자립구조를 만들고 식사 횟수 확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요리교실 등을 구상 중이다. 문제는 공간이다. 임현주 센터장은 "방학기간 행복나무를 재단장한다고 해서 식당운영을 중단할 뻔도 했다"며 "서울시 주민활력소에 공유부엌이 반드시 포함되는데 일회성 아닌 주기적인 활동에도 개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금천구 시흥동 사회적경제허브센터 공유주방 '함께'에는 지난 여름방학 한달간 특별한 식당이 들어섰다. 주민이 점심값 1인분을 더 내면 인근 초등학생들에 따뜻한 밥상이 제공되는 마을식당 '비스트로 함바'다.

학교 급식을 먹는 초등학생이 방학에는 점심 먹을 공간이 없어진다는 안타까움에서 출발했다. 청년기업가 소정당협동조합에서 센터 입주자와 이용자가 한달 식비 12만원을 기부하면 결식아동이나 노인 한명도 식사를 할 수 있는 구조를 고안했다. 기부자 15명과 인근 탑동·문백초등학교 3~6학년 15명이 지난 한달간 점심을 공유했고 기부자 한명은 자신의 식사까지 양보해 이웃 노년층 2명이 식사를 했다. 기부자들은 점심 도시락을 직접 가져가고 그릇을 씻어서 돌려주는 불편을 감내했다.

금천구자활센터 사회적기업(이그린) 등 협업이 큰 힘이 됐다. 자활센터에서 음식을 만들고 이그린은 도시락을 무상으로 빌려줬다. 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공유주방 단장과 식자재 등을 맡았다. 박성경 소정당협동조합 대표는 "한명이 먹으면 다른 한명이 식사를 하는 따뜻한 기획사업"이라며 "아이들이 끼니를 거르거나 라면으로 때우지 않고 건강한 식단으로 친구들과 함께 먹는다는 점에서 부모들이 굉장히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방학 끝물인 지난 21일 소정당과 마을건축협동조합에서 준비한 특식을 끝으로 비스트로 함바는 문을 닫았다. 금천구는 내년에도 서울시 공모사업에 응모, 운영비를 확보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규모를 키워 사업비 보조 없이 '1+1 밥상'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주민들이 조금 불편하지만 따뜻한 식당을 많이 이용하면 아이들이 '수혜자'라는 낙인에서 벗어나 마을에서 건강한 한끼를 즐겁게 먹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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