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충격은 어떻게 선진국으로 전이되나

2018-09-12 11:37:47 게재

'익스트림머니' 사티야짓 다스

금융 파생상품과 리스크관리 분야 전문가이자 '익스트림머니' 저자인 사티야짓 다스는 11일 블룸버그 기고에서 "글로벌 무역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건 신흥국의 고통이 선진국으로 전이되고 있다는 증거"라며 "하지만 위기 전염의 진짜 걱정거리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 금융 연결고리에 있다"고 지적하며 신흥국 충격이 선진국으로 전이되는 과정을 예상했다.

다스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대출과 채권, 주식 등 신흥국 금융시장에 흘러간 선진국 자본 총액은 연 평균 1조달러에 달한다. 그같은 신흥국 익스포저(노출)는 선진국 경제 국내총생산(GDP)의 대략 50%에 해당한다. 신흥국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게 된 동인은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완화정책과 고수익을 노린 투기심리다.

다스는 "신흥국 익스포저 중 절반은 은행의 몫"이라며 "영국과 유럽, 일본, 중국 은행들이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영국의 HSBC은행이나 스탠다드차터드은행 등이 영국 내 신흥국 투자를 선도해왔다. 스페인 은행들은 터키와 중남미에 대거 투자했다. 중국 은행들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관련해 신흥국에 막대한 돈을 빌려줬다.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는 투자자들이다.

대출과 투자에서 손실을 보면 부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그렇게 되면 채권자들은 위기에 전염되지 않은 신흥국은 물론 선진국에서의 대출이나 투자를 줄인다. 자본 확충과 리스크 대비를 위해서다.

그같은 위기에서 인덱스를 맹신한 투자자들이 사태를 더욱 키우게 된다. 이들은 인덱스만 믿고 세부적이고 개별적인 분석을 등한시한 채 신흥국에 대거 투자했다. 이런 투자자들은 신흥국에 대한 부정적 기사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자신의 투자에 대한 실상을 깨닫고 서둘러 빠져나오려 한다.

은행은 실제 상환이 어려워진 부채에 초점을 맞추지만, 투자자들은 미실현 시가기준 가치변화에 대응한다. 투자자들은 오랜 기간이 걸리는 워크아웃이나 부채 재조정을 견딜 여력이 없다. 따라서 신흥국 투자증서를 계속 들고 있기보다 서둘러 매도하려 한다.

이전의 신흥국 위기를 보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외국인 투자자와 외국계 은행들의 편에서 이들의 재산권을 강조하고 보호했다. 하지만 IMF도 그같은 정책이 신흥국의 위기 극복을 더욱 어렵게 만든 요인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엔 신흥국이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고심끝에 내놓는 '자본 통제' 등의 조치를 용인하게 될 것이다. 이는 선진국 투자자들의 자산가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투자자들은 공세적으로 현금화에 나서게 된다. 그렇게 되면 신흥국 자산가치와 통화가치는 더욱 낮아진다. 선진국 투자자의 손실은 악화되고 전염은 더욱 빨리 확산된다.

또 주목할 것은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자산가격과 통화의 변동성, 연관성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다스는 "선진국 자산가치와 외환 변동성의 평균 40%는 신흥국 시장에서의 움직임에 좌우된다"며 "위험을 떠안고 위험을 떨어내는(리스크 온 리스크 오프) 과정에서 추가적인 자본확충, 포지션에 따른 담보확충 등을 요구하는 리스크모델에 따라 선진국 경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일부 신흥국 자산과 통화는 비유동성이 크다. 때문에 일반 헤징이 아니라 교차 헤징이 필요하다. 투자자들은 이를 위해 유동자산을 매각하려 할 것이다. 최근 호주달러와 자원관련 주식, 원자재 등에서 가격 변화가 일어난 건 신흥국 시장의 위험을 헤징하는 것과 관련이 크다. 이론상 미래의 현금 흐름이 가격을 결정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고, 시장 교차 비교에 기반해 가격이 결정된다.

신흥국 자산가격이 조정되면 선진국 경제에서도 재평가 역시 불가피하다.

만약 신흥국 위기가 지속된다면, 그땐 선진국도 추가적인 신용 경색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유동성이 급감하고 곧 주가에도 전이된다.

멕시코 재무장관을 지난 앙헬 구리아는 1988년 러시아 디폴트 사태와 관련해 의미심장한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는 "이전에는 90% 이상의 멕시코인들은 러시아 두마(하원)를 알지 못했지만, 멕시코의 환율과 금리가 두마 정치인들에 결정에 널뛴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다스는 "현재의 선진국 투자자들도 자신이 평생 모은 저축이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신흥국의 핵심 정책결정자들의 이름을 외게 된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김은광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