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 때문에 재선 어렵다?

2018-10-02 11:32:37 게재
주요 금융시장을 면밀히 지켜본 사람들은 미국 금융시장 역시 역대급 쓰나미가 몰려오는 경고신호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본다. 몇주 전만 해도 세간의 관심은 신흥국, 특히 터키와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인도 멕시코 등에 집중됐다. 미국의 전략경제학자 F. 윌리엄 엥달은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그같은 위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달러를 고의적으로 회수하는 것과의 관계가 깊다"며 "그런 위기가 미국에도 닥칠 것"이라며 "증시뿐 아니라 고위험 정크본드 시장, 부동산 대출 시장, 자동차 대출 시장, 신용카드 시장 역시 폭발할 위험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 2020년 대선까지 경제성장을 유지해 재선에 성공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희망사항은 심지어 내달 중간선거 이전에도 연준의 뜻에 따라 꺾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엥달에 따르면 미국의 역사상 주요한 금융공황은 지배적 금융파벌의 기획 하에 발생했다. 그는 "철도의 과도한 건설과 재정 불안정으로 은행이 연쇄 파산했던 1893년 미국의 공황 이후, 지배적 금융파벌이 상대편을 짓밟아 이익을 얻으려는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공황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 인물이 존 피어폰(JP) 모간이다 .

1900년 초 JP 모간의 재산은 월가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즉 모간의 입김에 따라 월가의 방향이 정해졌다. 1907년 미국에 금융공황이 들이닥쳤다. 당시 중앙은행이 없던 미국은 공황으로 인해 9개월동안 8000여개의 기업이 도산했다. 심지어 미 증권거래소에서 돈이 없어 증권거래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으며 뉴욕시는 공무원에게 줄 급여가 없어 모건에게 도움을 처할 정도였다. 모간은 금융붕괴를 막기 위해 자신의 돈을 투입해 투신사와 영세은행에 대출을 해줬다. 뉴욕시가 발행한 채권을 매입했고 다른 투신사와 공동출자해 구제기금을 마련하는 등 '월가 백기사' 역할을 수행했다. 그해 11월 금융위기는 진정됐다. 모간 개인이 중앙은행의 역할을 한 셈이다. 1907년 공황을 계기로 미국은 중앙은행의 필요성을 깨닫고 1913년 민간기구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설립해 중앙은행의 역할을 맡겼다. 이제 자산시장에 투기적 부를 일으키는 것도 연준이고, 반대로 시장을 주기적으로 붕괴시키는 것도 연준이 됐다.

1929년 월가 대공황은 당시 패권국이었던 영국의 압박과 관련이 있었다. 20년대 영국 중앙은행 몬태규 노먼 총재는 미국에게 금리를 낮추라고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고금리를 찾아 미국으로 향하던 금을 영국으로 되돌리기 위해서였다.

미국의 저금리는 증시 거품을 부풀게 했다. 거품이 최고조에 달한 1929년 연준은 금리를 올려 이를 꺼뜨렸다. 대공황이 발생한 것. 1990년대 연준 의장 앨런 그린스펀의 통화정책은 또 다른 월가 투기거품을 만들었다. 닷컴 버블이었다. 그린스펀 의장은 닷컴 기업들을 '신경제'(New Economy)의 전도사라 칭송했고, 저금리 정책으로 이들 기업을 먹여살렸다. 하지만 2000년 3월 다시 금리를 올려 닷컴 거품을 터뜨렸다. 닷컴 버블 붕괴 이후 그린스펀 의장이 극적으로 금리를 낮췄다. 2003년 기준금리는 1%로 내려갔다. 부동산 시장에 저금리에 적극 호응하며 거품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린스펀 의장은 월가가 만든 주택저당증권(MBS)을 '역사적 상품'이라며 칭송했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은 더욱 커져갔다. 연준은 2006년부터 2007년 9월까지 금리를 잇따라 올렸다. 결국 최고조로 달아오른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붕괴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다.

양적긴축과 다가올 거품 붕괴

연준은 이제 또 다른 통화 긴축 사이클을 시작했다. 지난 10년 간 지속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을 끝내고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금리인상에 더해 연준 자산을 축소하는 '양적긴축'을 시행중이다. 그동안 시장에 유동성을 주입하기 위해 사들였던 미 국채와 MBS를 떨어내고 있다. 이는 금융권 신용을 크게 줄이는 효과를 낸다. 연준이 현재까지 시장에 내놓은 국채와 MBS는 2310억달러에 달한다. 은행 시스템에서 그만큼의 달러를 회수했다는 의미다.

연준의 금리인상과 양적긴축의 복합적 영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달러가 고갈되고 있다. 현재까지 충격이 감지된 곳은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 취약한 신흥국이다. 연준은 미국 기준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10년 전부터 시작된 월가의 증시거품은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S&P500지수는 387% 상승했다. 전례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연준의 의도와 무관하게 금리가 오를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안과 국방비 등의 지출 증대 등을 합하면 미국 재정적자는 올해 1조달러 가까이 늘어난다. 올해뿐 아니라 최소 향후 10년 동안 1조달러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미국은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중인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의 부채 거품

초저금리 10년의 시대 덕분에 미국 경제 모든 부문에 '빚내기 광풍'이 몰아닥쳤다. 미 행정부는 물론 기업과 가계 모두 참여하고 있다. 연방정부 부채는 현재 21조달러에 달한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붕괴 때보다 2배 넘게 늘었다. 기업부채는 6조3000억달러다. 전례없는 수준으로 저금리가 유지돼야 지속가능한 수준의 부채다.

미국 가계부채는 13조3000억달러를 넘었다. 2008년 절정기보다 많다. 그중 모기지 부채는 9조달러를 넘었다. 2008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가계부채 중 1조5000억달러가 학자금 대출이다. 2008년엔 6110억달러에 불과했다. 자동차 구입 대출 총액도 1조2500억달러에 달한다.

엥달은 "미국이 고전적 의미의 부채 트랩에 빠질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며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도미노처럼 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맞춰 증시 거품을 꺼뜨릴지는 불확실하다"며 "하지만 확실한 것은 2020년 대통령 선거 때까지 심각한 경기침체 또는 불황이 닥친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숨은 권력자'인 연준이 글로벌 어젠다를 위해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트럼프 재선은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예견한 유로퍼시픽캐피털 CEO인 피터 쉬프도 최근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다가올 위기는 '경기침체'라 부를 수 없다"며 "대공황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올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경제는 10년 전보다 훨씬 나쁜 상황에 놓였다"며 "트럼프의 첫 임기가 끝나기 전 대규모 경제침체가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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