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유치원' 이어 '비리어린이집'도 공개될까

2018-10-18 11:05:00 게재

박용진 의원·시민단체, 지자체에 감사자료 요구

횡령죄 처벌 불가·징계 미입력 등 관리체계 구멍

남인순 의원 "구청에 고발하니 원장이 전화와"

유치원과 흡사 … 한정애 "비리 작동할 구조적 문제"

국정감사에서 비리유치원 명단과 사유를 처음으로 폭로해 이슈를 만든 박용진 의원과 시민단체가 어린이집에 대한 감사결과를 요구, 공개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립유치원의 비리 종합선물세트가 어린이집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주장이 드러날지 관심이다.

유치원처럼 어린이집도 징계뿐만 아니라 공개조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 정치하는 엄마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 관계자들이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서울시청 앞에서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 비리 근절 대책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1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구을)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어린이집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가 있어 지자체별로 감사결과를 요구해놨다"면서 "내용이 매우 방대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이집도 유치원과 같이 누리과정 지원금 22만원씩을 지원받고 있다"면서 "거기는 별도로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정치하는 엄마들 조정실 대표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어린이집도 유치원과 별반 다르지 않을 만큼 많은 비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어린이집은 복지부가 관할하지만 실제 조사는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있어 200여개 지자체에 최근 3년동안의 점검결과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주말께면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여러가지 상황을 보면 공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지자체장에 민주당 소속이 많고 정부와 여당이 비리유치원 정보공개쪽으로 정책방향을 정한 만큼 어린이집에 대한 점검 결과가 공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다음주 당정협의를 갖고 유치원 등 보육기관 관리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관리 안되는 어린이집 = 지자체가 제대로 점검한다고 하더라도 어린이집의 징계사항이 학부모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적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구병)은 "지자체의 점검결과를 복지부에서 파악을 하고 있는지 문의했더니 복지부는 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자체에서 계획을 만들어 점검한다'고만 했다"면서 "도대체 어떤 계획을 세워서 어떻게 점검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점검결과 무엇이 지적됐고 무엇이 개선됐는 지도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상임위 소속 민주평화당 장정숙 의원(비례)은 "어린이집 부정수급 등 지자체의 지도, 점검 현황을 관리하는 보육통합정보시스템 내 지도점검관리프로그램이 지자체 공무원의 입력 누락과 시스템의 기능개선 미비 등에 따른 통계의 신뢰도 저하, 이를 방지하는 복지부의 안일한 탁상행정 등으로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2018년 보육사업안내'에 따르면 지도 점검 계획, 점검결과, 행정처분 등은 보육통합정보시스템(지도점검)에 즉시 등록해야 한다. 시정 등의 조치가 필요한 때에는 반드시 문서로 지도하고 그 이행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장 의원은 "보육통합정보시스템 내 지도점검관리시스템은 지자체 공무원의 데이터 입력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입력을 강제하고 있지 않고 미입력에 따른 징계 등 처벌규정도 없어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복지부에서도 수시로 입력치를 확인하거나 미흡한 지역을 확인해 공문을 보내는 등의 별도의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실측은 "정부 고위관계자도 입력된 통계치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더라"면서 "정부조차 신뢰하지 못하는 국가시스템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는 박용진 의원이 지목한 유치원 징계 관련 정보가 제대로 공개되지 못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박 의원은 "유치원이 징계받은 내역이 유치원 알리미 사이트에 공개가 안되고 있다면서 "최근 5년간 1878개 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는데도 이 지침 때문에 현재 위반이 공시된 유치원이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어린이집 횡령도 형사처벌 안돼 = 어린이집 원장 등이 보육바우처를 횡령해 쓰더라도 형사처벌이 어려운 것도 유치원 관리체계와 같은 허점이다. 남인순 의원은 최근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아이사랑카드(현 아이행복카드) 바우처를 통해 지원되는 보육비는 사용목적이 제한되는 정부 보조금이라 볼 수 없어 어린이집 원장이 사적으로 사용해도 형사처벌은 할 수 없다"며 "19대 국회에서 류지영 의원이 대표발의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된 이후 20대 국회에서 아직 발의되지 않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발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지자체-어린이집 결탁? = 지자체와 어린이집의 결탁 가능성도 제기된다.남인순 의원은 제보가 들어왔다며 "서울 모 구에서 보육교사가 급식이 너무 부실한 부분을 구정에 신고했더니 구청에서 바로 해당 어린이집 원장에게 전화를 해서 신고한 내부고발자인 보육교사가 보호를 받기는커녕 왕따를 당해 사직서를 제출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몇 지자체에서 보육담당 공무원과 어린이집 원장의 유착이 드러난 바 있다"면서 "17일 발표한 복지부의 '어린이집 부정수급 등 집중점검 실시'때 지자체 공무원이 담당지역을 바꿔서 조사를 나가는 것이 더 제대로 된 조사가 될 것 같다"고 제안했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18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모든 영유아 보육과 교육부분을 사적영역에 맡겨둬 투명하지 못한 결과 비리를 작동하게 놔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서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를 맡기는 구조로 어떻게 바꿀지 체계적으로 고민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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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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