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보는 사회적 기부의 어려움

"215억원 모교에 기부했더니 세금폭탄 225억원"

2018-11-15 11:15:22 게재

"국세청은 폭탄 세금고지서 발부 일쑤"

선의의 기부에도 불구 이중과세하고 세제 혜택 없어 기부취소 사례 빈번

"유산기부에 법·제도개선부터 절실해"

사회적 기부(유산기부)에 대한 관심이 이는 가운데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서는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총리비서실과 시민사회발전위원회가 주최해 마련한 시민사회 활성화 세미나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선의의 기부에도 불구하고 기부자나 기부받는 단체 모두에게 기부대상 자산의 소유권 이전에 대한 법적 문제에 직면해 있음을 지적했다.

실제 우리사회의 기부문화 현실은 녹록치 않다.
기부활성화를 위한 법제도개선 토론회 | 지난 13일 국무총리실 주최로 사회적 상속(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제공 = 국무총리실


◆기부하자면서 기부막는 현실 = 외국에 비해 일반적이지 않은데다 마치 가족간의 불협화음이 있는 것처럼 비치는 심리적 문제나 법적인 문제, 전문가의 부재 등 다양한 현실과 맞닥뜨려야 하기 때문이다.

황필상 전 KAIST 교수가 평생 모은 수원교차로 주식 90%와 현금 15억원 등 215억원을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부했다가 세무서로부터 증여세체납과 가산세 명목으로 225억원의 폭탄 세금고지서를 받았던 게 대표적 사례다.

대법원이 부당하다고 판결해야만 해결될 정도로 준비가 덜된 기부문화다. 말로는 기부를 이야기하면서도 법정상속에서 사회적 상속의 문화로 바뀌기 위해 법률적 제도적 요건이 얼마나 준비되지 않은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기부의 법적 개념조차 모호하게 해석된다.

기부자가 자신의 전 재산인 부동산 기부 후 생활연금 제공을 희망하는 경우 기부자는 소득세를, 기부 받은 곳은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또 기부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해 상속자가 부동산을 기부하는 경우 두 번의 상속이전으로 취등록세도 2번 납부해야 한다.

◆기부실패 사례도 빈번 = 이런 이유들 때문에 유산기부 실패사례도 다양하다. 부의 대물림에 대한 지원으로 볼지 기부자의 의사를 존중한 세제상 혜택으로 볼지의 시각차가 현격한 게 현실이다.

유언장에 날인이 없다는 이유로 법정상속인들이 기부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에 나서 기부가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김운초 전 한국사회개발연구원장이은 죽기 전 123억원을 연세대에 기부한다고 유언장을 남겼지만 유족들이 소송을 제기해 결국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날인 없는 유언장 효력은 없다"고 결정했다.

M씨는 25억원 상당의 신림동 고시원을 모교에 기부하려다 자녀 생활비 지원 문제를 못 풀어 기부를 취소했다.

K씨는 지방의 맹지 3만평을 한 재단에 기부하려 했으나 나대지를 받으려면 재단이 부동산개발업을 해야 하는데다 취등록세 등 각종 비용부담이 만만치 앉자 역시 포기했다.

때론 지정된 기부목적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기부자와 기부받은 곳과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태양 송금조 회장이 개인기부액으로는 당시 사상 최고액인 305억원을 부산대에 기부키로 약속했다 '양산캠퍼스 부지대금'만으로 써야하는지 '포괄적인 발전기금'으로 봐야하는지를 두고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반면 외국은 기부문화가 확산 추세다.

◆말만 말고 외국 사례 배워야 = 최근 홍콩 배우 주윤발이 전 재산인 56억 홍콩달러(약 8100억원)를 기부하겠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마크 저커버그는 페이스북 주식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혔고, 1조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홍콩 출신 스타 성룡은 "죽을 때 통장 잔고가 0원이어야 한다"며 전 재산 기부 의지를 드러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는 "세 자녀에게 1000만 달러씩만 물려주고 나머지 재산은 자선 사업에 쓰겠다"는 약속을 실천하고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버핏 역시 기부왕으로 통한다.

발제자인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법학박사)는 △상속세나 증여세 추징이외에 다른 과세상 혜택 △신탁제도를 통해 기부효과와 기부자의 의사 동시 반영 △ 법제도 자체가 유산기부를 저해 하는 경우 해결 △유언방식과 유류분제도 등 다양한 법제도상 개선에 대한 논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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