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분식회계 사건 참여연대·국회 의혹제기에서 증권선물위원회 결론까지
회계처리 변경해 4조5천억 평가이익, 왜 고의 분식회계일까
삼성바이오, 2015년 자회사 '에피스 지분' 평가방식 바꿔
증권선물위원회 "지배력 변동사유 없는데 고의로 변경"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4월 특별감리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의혹이 불거졌다.
참여연대가 2016년 12월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금감원에 질의를 했고 금감원은 당시 회신을 통해 참여연대의 문제제기가 어느 정도 타당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후 국회에서 심상정 의원 등이 의혹을 제기했고 금감원은 혐의가 있다고 판단, 특별감리에 착수했다.
금감원이 특별감리를 벌인지 1년 7개월 만에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달 14일 삼성바이오가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분식은 '분을 발라 사실을 감추고 꾸민다'는 의미로 소위 화장을 하는 것을 말한다. 분식회계는 매출을 부풀리거나 수익을 늘리는 방식으로 회계장부를 보기 좋게 꾸미는 것이다.
그렇다면 증선위는 어떤 근거로 삼성바이오가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을까.
◆자회사 지분평가 방식 변경 = 삼성바이오는 2015년말 회계처리에서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바꿨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당시 삼성바이오의 지분은 85%였고 미국 바이오젠사의 지분은 15%였다.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 회계장부에 반영할 때 에피스 지분을 연결(종속회사)로 처리했다. 당시 바이오에피스를 취득원가(장부가격, 2650억원)로 회계에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는 2015년에 와서 바이오젠사가 콜옵션(지분 매입권리)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로 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했다. 바이오젠사가 보유한 콜올션은 에피스의 지분을 50%-1주까지 보유할 수 있는 권리다.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에 대한 단독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공동지배권을 갖게 된다며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를 바꿨다.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혹은 관계회사에서 종속회사로 전환하면 일단 보유한 지분을 공정가치(시가평가)로 평가해서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는 그동안 장부가격이었던 에피스의 가치를 시가평가로 바꿨다. 2650억원에 불과했던 지분 가치는 당장 4조8086억원으로 '퀀텀점프'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삼성바이오의 '에피스 지배력 평가' 쟁점 = 금감원이 문제삼은 것은 2015년 삼성바이오의 에피스 지배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는데 왜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했느냐는 점이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말 전 세계 시장규모 83억달러에 달하는 엔브렌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국내 판매승인을 획득했고 2016년 1월 유럽승인도 앞두고 있어서 에피스의 기업가치 증가에 따른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는 회계처리를 변경해야 한다는 게 국제회계기준(IFRS)의 의무 이행사항이고 삼정회계법인의 의견에 따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2015년은 국내 판매승인과 임상 1~2개가 성공한 것으로 특별한 사항은 아니며 당초 회사의 사업계획에 의해 계속 실현된 것이지, 2015년말에만 특별히 변동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5년에 콜옵션이 실질적인 게 됐고 그 이전에는 아니라는 삼성바이오의 주장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콜옵션 행사 가능성에 따른 삼성바이오의 에피스 지배력 변경은 분식회계 사건에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이다.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할 증선위는 금감원과 삼성바이오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지만 지난 7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증선위는 금감원에 재감리 명령을 내렸다.
◆증선위 결정 못내리고 재감리 지시 = 다만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2년부터 체결했던 콜옵션 계약 내용을 숨기다가 2014년에야 공시한 것에 대해 '고의적인 누락'이라고 판단, 검찰에 고발했다. 증선위는 "회사는 바이오젠에게 부여한 에피스(자회사) 주식 콜옵션 등 관련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다"며 "회사가 '명백한 회계기준을 중대하게 위반'했고 '그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공시를 누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핵심 쟁점인 '분식회계 여부'는 금감원의 재감리 결과에 따라 결론을 내기로 했다.
증선위가 재감리를 명령한 것은 삼성바이오가 회계변경을 한 2015년뿐만 아니라 2015년 이전 회계처리에 대해 금감원이 따져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그동안 삼성바이오가 에피스 지분에 대한 회계처리를 연결(종속회사)에서 지분법평가(관계회사)로 했든, 지분법평가에서 연결로 했든,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에는 변동이 없었는데 회계처리기준을 변경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증선위는 이에 대해 특정연도에 2가지 방식의 회계처리가 다 맞을 수 있다는 논리가 타당하지 않다며 2015년 이전부터 에피스를 어떤게 회계처리해야 맞는지를 금감원이 판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3개월간의 재감리 끝에 지난달 삼성바이오가 2015년 이전부터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유지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2년부터 종속회사로 회계처리한 삼성바이오에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1차 감리 후 등장한 '삼성 내부문건' = 1차 감리 후 금감원은 삼성의 내부문건을 입수했다. 문건에는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를 변경하지 않으면 회사의 자본잠식과 모회사인 삼성물산의 부채증가, 삼성전자의 손실 발생 등이 예상된다는 내용과 함께 이에 대한 대응방안이 담겨져 있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7일 금감원이 입수한 삼성의 내부문건을 공개했다. 내부문건은 삼성바이오에서도 '내부 검토용'이라고 인정했다. 문건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2015년 9월 합병시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6조9000억원으로 평가했고 보유 중인 삼성바이오 지분 51%에 대해 3조5000억원으로 자산평가를 했다.
하지만 바이오젠이 2015년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콜옵션 가치를 삼성바이오의 파생상품 부채로 간주해 회계처리 해야 한다는 점을 우려했다. 콜옵션 부채(시가평가)를 회계에 반영할 경우 삼성바이오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진다고 판단했다. 자산은 1조8000억원인 반면 부채는 2조7000억원이 되기 때문이다. 문건에는 '자본잠식시 기존 차입금 상환과 신규차입, 상장 불가'라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인 삼성물산은 연결부채 1조8000억원 증가, 삼성전자는 손실 3000억원이 발생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삼성바이오와 삼성물산,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대응방안으로 3가지 안을 논의했다. 1안은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관련 조항을 수정하는 것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외됐다. 2안은 에피스를 연결(종속회사)에서 지분법(관계회사) 평가 자회사로 변경하는 방안이다. 그럴 경우 삼성바이오는 2조6000억원, 삼성전자의 1조2000억원의 대규모 평가이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콜옵션 행사를 예상할 수 있는 에피스의 상장신청 등 중요이벤트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앞서 에피스는 2015년 6월 말 나스닥 상장 추진을 발표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2안이 실행된 것인데, 내부 문건의 등장은 증선위가 분식회계의 고의성을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증선위 고의분식 결론, 삼성바이오 반격 = 증선위는 금감원의 재감리 후 2차례 회의를 끝으로 삼성바이오가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결론냈다. 증선위는 "2015년 이전에 콜옵션 부채를 인식했어야 하는데 2015년에 인지하고도 콜옵션의 공정가치 평가가 불가능하다는 논리를 사전에 마련한 상태에서 이에 맞춰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불능 의견을 유도했다"며 "이를 근거로 과거 재무제표를 의도적으로 수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증선위는 또 "에피스 투자주식을 취득원가로 인식하면서 콜옵션 부채만을 공정가치로 인식할 경우 회사의 재무제표상 자본잠식이 될 것을 우려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배력 변경을 포함, 다소 비정상적인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결국 증선위는 2015년 삼성바이오가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면서 이를 고의로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증선위가 고의 분식회계에 따른 검찰 고발을 결정하자 그동안 외부에 언급을 자제했던 삼성바이오는 반격에 나섰다. 20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회계처리 이슈가 발생한 것은 회계적인 해석의 차이일 뿐"이라며 "이같은 회계처리는 삼정 삼일 안진 3개 대형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판단을 받았고 (과거) 금감원도 참석한 IFRS 질의회신 연석회에서도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판단이 오락가락했다는 취지로 반발한 것이다.
내부문건과 관련해서 삼성바이오는 "유출된 문건은 당사 내부에서 재무 관련 이슈사항을 공유하고 해결방안, 대안을 검토하기 위한 자료로서 결정된 내용을 보고하는 문서가 아닌 검토 진행 중인 내용을 보여주는 문건"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감리위원으로 참석했던 이한상 고려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금감원 회신결과에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데, 삼성바이오가 자신들이 감사인과 같이 벌인 코미디 같은 디테일은 다 숨기고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임의제출한 자료에 기반해 들으나 마나 한 대답을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도 감리 시작하기 전에 의견서 몇 개를 읽어보고 '뭐 삼성바이오 별로 문제 없네' 했었다가 감리위에서 금감원이 제출한 증거와 대질심문 등을 통해 삼성바이오와 삼정회계법인이 얼마나 코미디 같은 짓을 했는지 알게 돼 의견이 무혐의에서 고의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제출한 증거는 검찰로 보내졌고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법원에서 다툼이 벌어질 예정이다. 삼성바이오가 증선위 의결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어서 향후 분식회계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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