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열기 타고 공유사무실 전성시대

2019-01-08 11:54:19 게재

2022년 7700억원 시장으로 성장 … LG 롯데 등 대기업도 앞다퉈 진출

서울 서초구 법조단지 인근 한 건물에 들어서자 작은 테이블에서 가볍게 담소를 나누는 직장인들이 눈에 띈다. 서로 다른 회사 직원들이다. 옆에는 커피기계와 각종 사무기기들이 배치돼 있다. 복도를 지나니 테이블 4~5개가 있는 독립된 사무공간이 줄지어 있다.

이 곳은 부동산관리회사가 공급하는 공유사무실이다. 넓은 공간에 각자 책상만 놓고 일하는 혼합형도 있고, 따로 개인실이 마련돼 있기도 하다. 50명 정도 직원이 사용할 수 있는 대형 공유사무실도 있다. 공유사무실을 이용하려면 1인실 기준 월 40만~60만원을 내면 된다. 개방된 공간에서 책상 하나만 사용하려면 10만~40만원까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 커피나 음료, 복사, 무선인터넷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문을 연 공유사무실 '워크플렉스' 내부. 사진 롯데자산개발 제공


공유사무실이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별도의 계약기간이 없이 사정에 따라 원하는 기간만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모바일 프로그램을 개발중인 업체 대표 이운정(41)씨는 "직원 1명과 함께 일하는 공간이 필요한데 다른 건물은 2년 이상 계약해야 되고, 보증금 등에 따른 부담이 커서 서울 테헤란로 쪽 공유사무실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 공유사무실 면적 800% 증가 = 7일 다국적 부동산업체 쿠시먼앤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광화문권역 공유사무실 임차면적이 2016년 대비 1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권역도 같은 기간 4배 늘었다.

2017년에 대형건물 내 공유사무실 임차면적은 전년 대비 11% 증가했지만, 2018년에는 전년 대비 800% 폭증했다. 1년 사이 공유사무실에 대한 인식 변화가 크게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KT경제경영연구소 분석으로는 공유사무실 시장이 2017년 600억원에서 2022년 77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5년간 시장이 13배 성장한다는 것이다. 서울지역 공유오피스가 4년새 196% 증가했고, 이는 아시아태평양 12개 도시 중 4번째로 빠른 증가 속도로 기록된다.

국내 공유사무실 공급업체도 점차 증가해 지난해 모두 57곳이 등록됐다. 이들이 보유운영하고 있는 공유사무실 수는 192개로 집계된다.

국내 공유사무실 시장은 미국 회사인 위워크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위워크는 전세계 96개 도시에 538개 지점을, 서울에는 종로와 강남을 중심으로 14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다.

회원으로 가입하면 원하는 지점에 사무실을 구할 수 있고, 다른 사무실로 이전할 수도 있다. 호텔식 편의시설을 제공하면서 입주기업들의 수를 늘려가고 있다. 창업 벤처회사(스타트업)가 10만개를 넘어서면서 위워크 이외에도 패스트파이브 등 3~4곳의 공급업체가 공유사무실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종합부동산회사인 존스랑라살르(JLL)가 서울을 포함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12개 도시의 공유사무실 사업자를 조사한 결과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주요 공유사무실 사업자 수는 2배 증가했고 전용면적은 1.5배 늘어났다.

공유사무실 증가는 기존 건물의 공실률을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요 사무빌딩 공실률은 2012년 6%대에서 2018년 12%로 높아졌다. 특히 서울 중심가 대형빌딩 신축은 공실률 증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공유사무실 시장이 커지면서 중소형빌딩의 공실률 증가세가 멈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가연구소 이상혁 연구위원은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맞물려 창업 수요가 늘어나면서 1~2인 규모 사무실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공유사무실은 대기업이 뛰어드는 사업으로 급성장해 광화문이나 강남권역의 공실률이 줄어드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샤워실에 회의실도 제공 = 국내 대기업들도 공유사무실 시장에 뛰어들었다. LG그룹과 롯데그룹이 선두에 섰다. LG그룹 부동산관리회사인 서브원은 지난해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플래그원이라는 공유사무실을 공급했다. 양재역 LG 서브원 강남빌딩 내 3개층이 공유사무실이다. 교육과 건강검진은 물론 호텔 할인 혜택 등 대기업 수준 복지를 지원하는 것이 장점이다. 플래그원은 1~2인 스타트업부터 200인 이상 기업까지 입주할 수 있다.

롯데자산개발은 2일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공유사무실 '워크플렉스(workflex)' 1호점을 열었다. 강남N타워 7~9층을 개조해 1인실부터 63인실까지 다양한 사무공간을 마련했다. 롯데측은 "1인 기업은 물론 직원 50명의 중소기업까지 입주가능하다"고 밝혔다. 층별로 남녀 샤워실과 안마의자까지 마련돼 있다.

롯데자산개발이 테헤란로에 1호점을 낸 이유는 공유사무실 시장이 이 곳에 대거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강남 테헤란로(강남역~삼성역)에는 글로벌 공유사무실 업체 위워크가 7개 지점을 내고 있다. 국내 공유사무실 업체인 패스트파이브도 이 곳에서 8곳을 운영중이다. 스파크플러스 스튜디오블랙 등을 포함해 모두 8만㎡규모의 공유사무실이 있다.

이광영 롯데자산개발 대표이사는 "워크플렉스가 테헤란밸리 핵심 공유사무공간으로 자리잡아 스타트업이 성공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자산개발은 오는 2030년까지 국내외 대도시 거점지역을 중심으로 '워크플렉스' 50호점을 목표로 시장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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