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원세훈·김재철에 징역 4년 구형

2019-01-08 11:06:34 게재

검찰 "민주주의 무너뜨려"

"문건 본 적 없다" 혐의부인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의 방송장악과 정부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연예인의 출연 배제 등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해 검찰이 각각 징역 4년을 구형했다.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김선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과 김 전 사장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각각 징역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자유민주주의 핵심 가치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데서 출발한다"며 "그러나 피고인은 정권에 비판적인 방송인을 퇴출시키는 등 수많은 국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렸다"고 구형의견을 밝혔다.

김 전 사장은 원 전 원장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MBC 정상화 문건'의 내용을 전달받아 김미화·김여진씨 등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들의 방송 출연을 막은 혐의로 기소됐다. 퇴출 대상으로 분류된 기자와 PD 등 MBC 직원들을 분류한 뒤 업무에서 부당하게 배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은 "대한민국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수장과 MBC의 대표가 정권에 비판적 방송인들을 퇴출해 재갈을 물리고 방송을 장악하려 한 사건"이라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다수 증인과 증언으로 피고인들이 사전에 공모해 방송을 장악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에 취임한 이후 다른 기관에 가서 업무를 간섭하는 일을 하지 말라고 강조했고, 실제로 직원을 징계하기도 했다"며 "그랬던 사람이 간섭하는 일을 시켰다고 재판을 받으니 정말 답답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어 "밑에서 보고하는 것에 대해 '이렇구나' '이래도 되나' 등을 말한 적이 있지만 이번 사건에서 거론된 방송이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 프로그램이나 연예인 이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를 수 없었다는 논리다. 이는 인터넷 댓글 사건 재판과정에서 '야후 이메일만 사용했다' '다음 아고라에 들어간 적이 없다'고 주장한 화법과 일맥상통한다.

김 전 사장은 파업 참가 조합원들을 직무에서 배제한 뒤 억지 교육을 받게 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김 전 사장은 "9시 출근해 5시에 퇴근하고, 방송 관련 교육을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파업에 참여한 기자들이 실제 "샌드위치 만들기 등을 교육받았다"는 등 직무연관성이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김 전 사장은 "파업 이후 일을 못 하게 하니 냉각기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후배들이 '왜 교육을 받느냐'고 (항의를) 하니 저로선 반성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예인 퇴출이나 국정원과 공모한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사장은 "저는 정치부 기자로서 여당과 야당을 모두 출입해 정치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 저는 '정상화 문건'을 본 적도 없고, 받은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어려움 겪고 힘들었지만 뼈 빠지게 일한 죄밖에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전 사장은 또 "MBC에 출입했다는 국정원 IO(국내정보담당관)도 청주 MBC 시절 사무실에서 커피 한 잔 했던 이후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정원 사건 관련 재판에서는 MBC담당 정보관은 RO(상주 정보담당관)로 활동해 왔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일반적인 정보담당관은 사안이 있거나 정기적으로 출입처를 찾는데 반해 MBC 담당 정보관은 방송국에 상주했다는 것이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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