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단체장들 전임 뒤치다꺼리에 속앓이
'소각장·전자상품권' 골치
구청장들도 비슷한 고민
'전임 지우기' 의심 부담
인천 자치단체장들이 전임 시장·구청장이 벌여놓은 사업 뒤치다꺼리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부분 전임 단체장 때 결정한 사업들이 주민 반대에 부딪쳐 벌어진 상황이다. 전직 단체장 사업 뒤집기로 비춰지는 것도 부담이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22일 청라소각장 폐쇄·이전을 촉구하는 온라인 시민청원에 대해 "시민들이 수용하지 않는 한 소각장 증설은 없다"고 답했다. 인천시는 하루 처리용량 420톤인 청라 광역폐기물 소각장을 750톤을 처리할 수 있도록 증설할 계획이었지만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이를 보류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박 시장은 전임 시장 시절 결정된 사업을 주민 반발을 의식해 뒤집은 상황이 됐다.
인천시는 전자지역상품권 '인천e음카드' 때문에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 시장 공약은 서울시처럼 '제로페이'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임 시장이 '인처너카드'라는 전자상품권 발행을 결정해놓은 상태여서 한꺼번에 두 사업을 추진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결국 자신의 공약을 미루고 인처너카드를 우선 추진키로 했다. 대신 이름만 인천e음카드로 바꾸었다. 하지만 지난 18~19일 제주에서 열린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에서 일제히 제로페이를 시행하겠다고 결의하는 바람에 입장이 곤란해졌다. 전임 시장 시절 결정해놓은 인천대 재정지원 문제도 골칫거리다. 인천대가 국립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원키로 한 예산 1500억원과 이자 256억원을 박 시장 때 갚아야 한다.
허인환 인천 동구청장은 연료전지발전소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한국수력원자력·삼천리·두산·인천종합에너지 등이 40㎿급 발전소를 짓겠다는 사업인데,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건축허가를 신청해와 이를 허락해 줬다. 유정복 전 시장과 이흥수 전 구청장 시절 결정한 사업이고 자신은 건축허가만 내준 건데 여론의 비난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결국 허 청장은 18일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주민 동의 없이는 아무 것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모든 행정절차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시민 요구를 수용, 초강수로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홍인성 인천 중구청장은 전임 구청장이 개항장 인근 옛 러시아공사관 인접 터에 허가를 내준 고층 오피스텔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당시 관련 공무원을 징계하고 분양신청을 반려하는 등 원상회복을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양을 막지는 못했다. 이강호 인천 남동구청장은 소래포구 현대화 사업 때문에 오해를 받았다. 이 구청장이 취임 초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하자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인 것이다.
허인환 동구청장은 "주민의 의견을 들어 사업을 취소하거나 보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다만 전임 단체장들의 색깔을 지우려 한다는 오해를 받는 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