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수거중단 사태, 벌써 잊었나 ①

재활용 높이려면 페트병 재질 단일화 속도내야

2019-01-30 11:25:47 게재

유색·복합재질 섞여 공정비용 증가 … 업계 "정책 변화 체감 어렵다"

지난해 4월 '재활용 쓰레기 수거중단' 사태 이후 또다시 재활용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특히 페트병 재활용 업계가 심상치 않다. 유색 페트병 문제부터 재활용 등급 개정 논란까지 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무엇이 문제일까. 내일신문은 3회에 걸쳐 재활용 쓰레기 수거중단 이후 달라진 시장 상황과 대안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녹색, 형광색 등 알록달록 다양한 색상의 페트병이 섞이면 재활용하기가 힘들어요. 투명한 무색 페트병이 시장성이 좋은데 아직도 재활용 재료가 되는 폐페트병 중 25~30%는 유색이라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28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페트병 재활용업체 새롬ENG 관계자의 말이다. 새롬ENG는 연간 2만t가량 폐페트병을 재활용하는 규모가 꽤 큰 업체다.

통상적으로 고급 페트병은 고급 스포츠웨어를 만들고 저급품은 인형내장재나 부직포 등으로 사용된다. 폐페트병은 사용처가 다양하지만 재활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페트병 중 재활용이 가장 쉬운 1등급 제품은 1.8%(2015년 기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28일 경기도 화성의 페트병 재활용업체 새롬ENG 노동자들이 무색 페트병과 맥주 페트병 등 각종 유색 페트병들을 손으로 분류하고 있다.


연간 출고량 약 30만톤, 이물질 많아 문제

30일 환경부와 재활용 업계에 따르면 연간 페트병(무색 유색 복합재질 등) 출고량은 30여 만t에 달한다.

하지만 이 용량이 모두 재활용 되는 것은 아니다. 아까운 재료들이 그냥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소리다.

페트병 재활용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은 △녹색 주황색 형광색 등 다양한 색상의 페트병 △본체와 재질이 다른 뚜껑사용 △페트병 겉면에 붙어있는, 제품명 등이 기재 된 라벨 비중 문제 등이다.

"지난해 4월 재활용 쓰레기 수거 중단 사태 이후 '반짝' 관심이 있었지만 현장은 아직까지 정책 변화를 체감하기가 힘들어요. 맥주 페트병의 경우 제품 품질 때문에 어쩔 수 없다지만, 다른 유색이나 복합 재질 페트병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죠. 생산자가 처음부터 재활용하기 쉽도록 용기를 만들지 않으면 시민들만 또다시 불편을 겪게 될 겁니다."

국내 페트병 재활용업계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RM 관계자의 말이다. 28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RM 사업장은 재활용 원료 선별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곳 역시 재활용을 위해 들여오는 폐페트병 분량의 30%는 유색이나 복합재질 제품들이다.

RM관계자는 "자동화 공정을 도입했다 해도 유색 페트병의 경우 손으로 일일이 걸러내야 한다"라며 "인건비나 시간이 배로 들어가기 때문에 재활용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8일 경기도 화성의 페트병 재활용업체 RM에 들어온 압축 폐페트병들. 유색과 복합재질 페트병 등이 섞여 있다.

28일 새롬ENG 사업장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숙련된 노동자들이 익숙한 듯 빠른 속도로 돌아가는 컨테이너벨트 위의 재활용 원료들 중 이물질들을 걸러냈다. 페트병 재활용에 걸림돌이 되는 여러 이물질들의 종류는 다양했다. 유색 페트병은 물론 알루미늄캔까지 각양각색의 쓰레기들이 있었고 이물질 분량이 많을수록 공정 속도는 당연히 느려졌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분리배출 되어 나온 재활용 폐기물 중 38.8%(2016년 기준)가 재활용이 불가능한 물질이다.

정부, 2020년 유색 페트병 0% 목표 세워

정부도 이러한 유색 페트병 등의 문제를 인지해 지난해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제조단계부터 재활용이 쉽도록 생산하고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들은 단계적으로 퇴출하겠다는 게 목표다. 음료나 생수 중 유색 페트병 비율을 2016년 36.5%에서 2020년 0%로 줄일 계획이다.

"유색 페트병은 폐수 처리 비용도 더 들어요. 일반적으로 유색 페트병에는 세제나 샴푸 착즙음료 탄산음료 등이 담기는데 이를 세척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가성소다를 유색 페트병에 넣어서 뜨거운 물에 끓여야 하는데, 재활용업자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이 추가로 드는 거죠. 우리 사업장의 경우 연간 1억원 정도 더 쓰는 것 같습니다."

RM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일본의 경우 유색 페트병 비율이 한 자릿수도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지난해 각종 종합대책을 쏟아냈지만 조금 더 속도를 내줬으면 한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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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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