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상 트램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

2019-02-11 09:38:01 게재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TV에서만 보던 트램을 우리나라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대전시의 도시철도 2호선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사업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지부진하던 서울(위례)의 트램도 공공주도사업으로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트램의 개통은 시간문제만 남겨놓은 셈이다.

이밖에 수원 성남 부산 시흥 양주 화성 안성 등은 수년 전부터 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으며 검토단계에 있는 대구 울산 등의 지자체까지 합치면 족히 20여개 도시에서 트램 도입을 준비 중이다.

다시 등장한 지상 트램

왜 이렇게 트램에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 트램은 도로 위에 설치된 선로를 따라 운행하는 철도이다. 전철과 버스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즉, 선로에서 운행되는 만큼 출발과 도착이 정확하고 승차감 또한 좋다. 그리고 버스처럼 역 간격이 짧아 접근성이 좋으며 역사를 신설하거나 운행노선을 바꾸는 데도 어렵지 않다.

한번에 340명까지 탑승할 수 있어 넉넉하다. 특히 어르신 장애인 어린이 임산부와 같은 교통약자가 타고 내리기에 지극히 편리하다. 차량바닥이 지면과 수평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설비는 지하철의 1/6에 불과하고 유지관리비용은 버스보다 오히려 더 적다.

트램을 통한 궁극의 효과는 대중교통 이용의 증가와 도시재생이다. 대중교통이용객이 늘어난 가로는 보행자들로 활기를 되찾고 쇠퇴한 도시의 재생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유럽을 중심으로 2000년 이후 80여개 도시에서 트램을 다시 들여온 배경이기도 하다.

한편 트램을 둘러싼 논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도시혼잡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외국의 수많은 도시에서 검증된 사례와 국내 버스전용차로의 경우를 볼 때, 걱정할 부분은 아니다.

우리 역시 하루 14만대가 다니는 서울의 청계고가를 헐어낸 기억이 있고 각 지자체마다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모두 교통대란은 없었다. 100번 양보해서 일부 혼잡이 발생한다 해도 자가용승용차를 위해 대중교통을 포기할 수는 없다. 우선순위의 문제이고 공익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필자가 지난 수년간 외국의 도시들을 돌아보고 인터뷰하고 연구한 결과를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동차의 방해물로 여겨져 사라졌던 트램이 왜 다시 등장했는가를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자동차가 감소해서인가? 아니다. 도심쇠퇴는 물론 대중교통이용의 감소, 고령화 등이 전에 없이 심각한 도시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트램 도입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으며 도입하기만 하면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따라서 트램을 도입하는 이유와 목적을 분명히 하여야 한다.

둘째 도시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트램은 단순한 철도건설사업이 아니다. 도로 위에서 주행하는 만큼 노면교통체계를 일순간에 바꿔버리고 도시경관을 바꾼다. 승용차중심의 도로공간을 재편하고 통행 우선순위는 자동차에서 보행자와 자전거, 대중교통으로 바뀐다.

도시 밑그림 다시 그려야

한마디로 도시구조와 교통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단순한 철도건설계획이나 교통사업으로 추진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대중교통을 포함한 보행 자전거 등 교통계획은 물론 경관, 도시재생, 도시개발 등 도시계획, 환경부문을 포함한 도시의 밑그림을 먼저 그려야 한다.

목적이 분명하고 밑그림이 준비된다면 트램은 분명 쾌적하고 안전하며 사랑받는 시민의 발이 될 것이다. 활력이 넘치는 그야말로 사람이 중심인 도시의 변화를 체감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특색에 맞는 트램을 전국 여러 도시에서 타 볼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이재영 대전세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