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발전소 구상금 소송서 보험사 패소

2019-03-11 13:15:47 게재

법원 "PL법 해당 안돼"

보일러제작사 승소

2013년 경기도 평택의 발전소 가동 중단 사건과 관련해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사가 핵심 부품 제조사에게 구상금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1심 결과가 나오기 까지 4년이 넘도록 공방을 벌였지만 재판부는 제조사 손을 들어줬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 지난달 15일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제너럴일렉트릭(GE)과 GE코리아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0년 평택에너지서비스는 오성발전소를 운영하기 위해 SK건설 등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SK건설은 발전소 설계와 조달, 시동을 모두 담당하는 EPC 형태로 계약을 따냈고 핵심 부품을 GE에 의뢰했다. GE는 증기터빈 발전기 1대와 가스터빈 발전기 3대 등을 공급했고, 발전소는 2013년 3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2달이 좀 지나서 발전소 전체가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수리가 완료되기까지 3개월가량 발전소는 멈춰 있었고, 평택에너지 모기업인 SK E&S와 영업휴지손해 보험계약을 맺은 현대해상은 284억원을 지급했다.

현대해상은 막대한 보험금을 지급한터라 원인 규명을 하기 위해 GE 전 직원이자 발전기 전문가인 A씨를 조사 전문가로 선임했다. A씨는 사고시 고열로 녹아 없어진 것과 같은 부품을 구해 미국에서 시험했고, 이 중 하나에서 균열을 찾아냈다.

현대해상은 "설계 및 제작상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성능미달품 등의 하자가 있을 경우 제조물책임(PL)법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을 청구할 수 있고, 입증책임도 완화되고 있다"며 GE에 284억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사건 손해가 제조물책임법상 발생한 손해라고 보지 않았다.

제조물책임법은 제조물에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을 결여한 결함으로 생명·신체·재산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제조업자 등에게 지우는 손해배상 책임이다.

다만 제조물 자체에 대해서 발생한 재산상 손해는 여기서 제외된다. 재판부는 "발전설비 가동 중단으로 발생한 영업손실 손해는 사고와 관련 논리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며 "제조물 자체에 발생한 손해에 해당해 제조물 책임법 적용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제조물책임법상 발전기 가동 중단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는 발전기 자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생명 신체 재산이 아닌 영업손실 손해 역시 제조물책임법상 배상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해상은 입증책임 완화 대상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판사는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내법상 소송을 제기한 측이 각종 문제점을 법정에서 입증해야 한다. 입증책임 완화는 소비자가 입증하기 힘든 경우 예외를 둘 수 있도록 한 법리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입증책임 완화가 적용될 수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이 판사는 "입증책임 완화 법리는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에서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라면서 "이 사건 발전기는 대량으로 생산되는 제품이 아닌 SK건설과 GE 사이에 주문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대량 생산 제품이 아닌 주문 제품이라는 입증책임 완화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판사는 "원고가 불법행위 책임 요건을 모두 입증해야 하는데 불법행위 요건 사실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결론을 지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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