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페이 승부수, 4월에 쏟아진다

2019-03-26 11:23:41 게재

법인카드·교통카드·편의점 서비스 출시 … 페이사업자들도 다양한 혜택 준비 중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시된 '제로페이'가 오는 4월 서비스 성공의 분기점을 맞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카드업계 반발, 관제 페이 공세 등 기득권의 공격을 뚫고 반전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제로페이를 '실패'한 정책이라 평하는 이유 중 하나는 회원 모집, 가맹점 유치, 결제금액 등 실적이 현재까지 매우 저조하기 때문이다. 4월이 반전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은 이같은 상황을 뒤집을 대형 서비스들이 집중 출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25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연남동의 한 의류 판매점에서 제로페이를 홍보 중이다. 사진 서울시 제공


우선 법인카드 이용이다. 제로페이는 기본적으로 개인 간 금융 거래다. 소비자 계좌에서 소상공인 계좌로 결제금액이 직접 송금되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법인카드 이용분을 제로페이로 전환하면 결제건수와 금액이 큰 폭으로 상승한다. 시, 자치구 등 공공에서 출발하지만 사용 환경이 좋아지면 민간으로 확대될 수 있다. 서울시는 오는 4월 15일부터 시와 산하 공공기관, 자치구 등에서 사용하는 업무추진비 등을 제로페이로 결제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확한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계획대로 실행되면 연간 약 2000억원 이상이 제로페이로 결제될 수 있을 것으로 시는 기대하고 있다.

'가맹점 확대'라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민간 위탁 기관과 보조금 지급 기관들이 가세할 경우 결제 금액 규모는 훨씬 커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법인카드가 도입돼도 시와 자치구 주변 음식점만 해당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비록 공공 사용분이라도 업종과 금액이 이 정도로 확대되면 '마중물'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비중의 크고 작음이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가 만들어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소규모 상권에서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 연쇄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업무추진비를 제로페이로 결제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시는 행안부와 이를 위해 지방회계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며 조만간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교통카드 기능 탑재는 제로페이 인지도 및 이용 회원 수 증대에 획기적 진전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내 하루 지하철 이용객(약 750만명)과 버스 이용객(398만명)을 더하면 일일 1100만 건 이상이 교통카드로 결제된다. 제로페이가 교통카드로 사용되려면 NFC(근거리비접촉통신) 방식 결제가 가능해야 한다.

회원과 인지도의 확대 외에 교통카드 연계의 의미는 모바일 간편결제 플랫폼에 제로페이가 올라탄다는 것이다. 다양한 연계 서비스는 물론 빅데이터를 활용한 창의적 고객 혜택 개발이 가능해진다.

◆회원·가맹점 '급신장' 예고 = 서비스 초기부터 제로페이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이란 지목을 받은 편의점 사용도 4월 말 시작될 전망이다. 현재 5대 편의점 프랜차이즈에 속한 매장은 전국 4만개, 서울에만 8000여개에 달한다. 제로페이는 편의점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할 정도로 편의점의 제로페이 이용 여부는 관심을 모았다. 거의 모든 결제가 카드로 이뤄질 정도로 수수료 부담이 큰 곳인데다 점포 수, 밀집도 등에서 타 업종을 훨씬 상회하기 때문이다. 시중 편의점 본사 모두 진작부터 제로페이 가맹을 원했지만 시간이 지연된 것은 자체 결제 시스템인 포스(POS) 개발에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편의점의 제로페이 사용 여부는 회원 확대 및 제로페이의 수수료 감면 효과를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뿐 아니라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사업자들도 공세적인 마케팅을 준비 중이다. 소상공인 연합회에 따르면 제로페이에 대한 오해 중 가장 큰 것이 별도 앱을 깔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로페이는 별도의 결제사업자가 아닌 결제사업자들의 연합 서비스다. 각각의 플랫폼 사업자들은 간편결제 시장의 선두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자사 페이를 홍보하는 동시에 제로페이 마케팅에도 열을 올리는 이유다. 실제 네이버는 검색창에 '제로페이'를 입력하면 모바일에 접속한 고객 주변의 제로페이 가맹점 전체를 보여주는 기능을 선보였다. 특정 업체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업체가 제로페이 이용 가능한 곳인지 여부도 화면에 보여준다. 제로페이에 참여한 중형 간편결제사업자들도 다양한 고객 유인 이벤트를 4월 중 선보일 예정이다. 자사 앱을 이용해 제로페이 결제를 할 경우 체크머니를 지급하거나 캐시백을 제공한다.

신용 기능 장착은 이미 마무리됐다. 신용카드와 경쟁에서 가장 밀리는 부분인 외상 거래를 가능케 하기 위해 K뱅크를 이용하는 제로페이 고객은 통장 잔고가 없어도 50만원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시는 제로페이 결제 시 공공 시설 할인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조례 개정에 착수했다. 이 또한 4월 중 시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며 상반기 내에 시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공공 의존 말고 서비스 개발 지속돼야 = 시가 대형 서비스들을 쏟아내며 4월 이후 제로페이 성공을 낙관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시, 자치구, 산하기관이 사용하는 업무추진비를 제로페이로 사용하려면 가맹점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 공무원들을 동원한 가맹점 모집, 박 시장의 '독려'만으론 한계가 있다.

시장에서 받아들일만한 고객 유인, 가맹점 혜택 등이 조기에 가시화되는 것이 필요하다. 법, 제도적 준비도 마쳐야 한다. 소득공제 40%처럼 정부 협조가 필요한 영역이 많다. 그간 정부 부처들과 크고 작은 불통 사례를 낳았던 서울시인 만큼 관련 국세청 기재부 등 관련 부처들과 사소한 과정까지 세심한 협의 과정을 밟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기존 결제 시장이 정착된 상황에서 제로페이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설득 논리도 보다 정연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상공인 돕는 착한 결제' 라는 명분만 갖고는 기존 신용카드 결제의 편리함, 무엇보다 익숙함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초기에는 제로페이의 사회적 기능만 강조됐지만 점점 모바일 간편결제의 보편화라는 시대 흐름을 이끄는 서비스로 인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4월이 지나면 바닥 수준이던 회원, 가맹점 숫자가 대폭 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서비스 존립이 아닌 활성화 방안 쪽으로 논의가 모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초 4만8000개였던 서울시내 제로페이 가맹점은 3월 말 현재 11만541개로 증가했다. 시 관계자는 "3월 이후 일일 가맹점 증가 수가 1000개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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