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법 개정안 놓고 공인노무사와 변호사 갈등
'고소·고발사건 노무사 대리' 여부가 쟁점
2019-03-29 11:00:52 게재
변호사 "사법행위로 변호사법 위반" … 노무사 "비용, 절차상 노동자에게 유리"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을 놓고 공인노무사와 변호사가 갈등하고 있다. 한정애(더불어민주당)·임이자(자유한국당)·이정미(정의당)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공인노무사의 직무범위를 노동관련 고소·고발 사건으로 전환됐을 때 진술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소위에 상정돼 논의 중이다.
현재는 임금체불 등 노동관련 신고·진정의 경우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에게 공인노무사가 노동자를 대리해 진술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사안이 고소·고발로 전환되면 변호사만 대리할 수 있다. 개정안은 고소·고발로 바뀌어도 공인노무사가 노동자에 대한 대리를 이어 갈 수 있도록 규정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은 개정안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변협은 "진정·고소·고발 사건에서 당사자를 대리해 관계기관에 진술하는 행위는 사법행위"라며 "공인노무사는 행정행위 대행·대리를 목적으로 설립된 직역이고 근로감독관이 노동관계 법령 위반 조사를 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형사절차에 해당하므로 변호사가 아닌 자가 사건을 취급하는 것을 금지한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인노무사 자격의 한계도 지적했다. 변협은 "공인노무사 시험과목은 행정쟁소법(필수), 민사소송법(선택)뿐"이라며 "공인노무사는 형사사법절차에 참여하기 위한 필요한 기초적인 법학지식이 결여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공인노무사회(노무사회)는 개정안이 노동자에게 비용적으로나 절차상으로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노무사회는 "현행법으로는 노동자가 비용상의 문제로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해 권리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며 "고소·고발 사건은 형식적으로 형사절차에 해당하지만, 실질은 노동행정사건으로 조사의 강도나 절차가 약간 다를 뿐 큰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로 변호사의 업무영역을 침해하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노동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공인노무사가 수행했어야 할 업무"라며 "변호사와 업무영역 충돌문제는 노동자 보호 취지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뒤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등에서 구체적인 절차와 범위를 명시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제처(2006년 10월)는 "공인노무사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노동자가 근로감독관에게 행하는 일정한 사실의 통고와 행정적인 권리 구제 등을 위한 진정은 대행 또는 대리할 수 있으나, 형사절차에 속하는 고소·고발에 있어서는 노동자를 대행 또는 대리할 수 없다"고 해석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서울중앙지방법원(2015노705)은 공인노무사의 변호사법 위반 사건에서 "형사사건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공인노무사의 직무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노동관련 부처에 대한 행정적인 사건의 처리만을 공인노무사의 직무범위로 제한하고 있는 명시적인 법적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개정안을 검토한 김양건 국회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은 "현행 직무범위를 제정할 당시 '행정기관에 대하여'에서 1995년 '관계기관에 대하여'로 개정됐다"면서 "당시 입법취지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 없지만 행정기관보다 관계기관의 범위가 넓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인노무사의 직무범위가 행정절차에 국한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는 보고서를 냈다.
고용노동부도 공인노무사의 직무범위 확대에 동의하고 있다. 임서정 차관은 지난 19일 국회 환경위 고용소위에 참석해 "공인노무사에게 고소·고발 사건 시 진술권을 부여하는 것을 형사사건 진행까지 넓게 하는 취지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개정안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공인노무사법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합니다'라는 청원이 올라와 있다. KT서비스에 근무하는 노동자라고 밝힌 청원인은 "사회적 약자 측에 속하는 노동자들이 회사와의 법적다툼의 여지가 있을 경우 1차로 노무사의 조력을 얻고 법원으로 넘어가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이중부담의 우려가 크다"며 "이번 개정안은 노무사라는 계층의 문제라기보다는, 힘 없고 돈 없는 노동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개정안에는 이외에도 △직무범위를 노동사회관계법령으로 확대 △공인노무사 등록 및 등록취소, 폐업 업무 등을 한국공인노무사회로 이관 △징계대상을 개업노무사에서 공인노무사로 확대 △비자격사의 업무 제한 등이 담겼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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