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창경 한양대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제조업 꺾이고 데이터시대 열렸다"

2019-04-02 10:45:54 게재

치킨집 경영에도 데이터가 핵심 … 중소기업은 기술획득에 힘써야

4차산업혁명·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요즘 가장 핫(hot)한 사람이 있다. 김창경 한양대 교수(과학기술정책학과)다.

그의 강연을 듣기위해 대기업 중소기업 공기업 민간기업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문화예술계까지, 서울 오창 진주 마산 광주에서도 초청하기 바쁘다.

인터넷 동영상으로 올라온 그의 한 강연은 SNS에서 140만회 이상 조회됐고, 페이스북에서 약 4500번 공유됐다. 사람들은 왜 그의 강연에 열광하는 것일까. 지난달 30일 한양대에서 그를 만났다.

김 교수는 "2011년 시가총액 세계 1위기업은 1위 엑손모빌, 2위 애플, 3위 페트로차이나, 4위 쉘, 5위 중국공상은행(ICBC)이었다"며 "그러나 2017년엔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이 1~5위를 차지했다"고 첫마디를 꺼냈다.

2011년 글로벌 상위 5개 기업 중 데이터 기업은 1개뿐이었고, 석유회사가 주를 이루었으나 6년 뒤 데이터 기업이 싹쓸이했음을 예로 든 것이다.

김 교수는 "잘나가던 석유 금융 제조업이 꺾이고 데이터 기업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면서 "데이터는 플랫폼에 모이고, 플랫폼은 세계를 지배한다. 이게 바로 4차산업혁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기자동차 업체로 알려진 테슬라도 사실은 데이터를 파는 플랫폼 회사"라며 "테슬라는 하루에 800만㎞의 도로 정보를 수집한다. 테슬라에는 이 세상 모든 길에 대한 데이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곧 출시될 테슬라 모델3은 그 어떤 차보다 안전할 것"이라며 "지구 위에 있는 모든 길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창업의 3대 요건으로는 △연결 △인공지능(AI) △스피드를 꼽았다.

김 교수는 "데이터경제 사회가 본격화되면 부르기 전에 오는 택시, 쓰러지기 전에 찾아오는 의사, 시키기 전에 배달되는 피자, 줄서기 전에 주문되는 커피 등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차량공유서비스업체 우버는 매년 12월 31일 세계 각 도시의 사람들이 몇 시까지 파티를 즐기는 지 알고 있다.

수년간 콜 데이터를 분석해 파리시민은 이튿날 새벽 4시까지, 뉴욕시민은 새벽 2시까지 놀고,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오후 9시에 일찍 귀가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그날, 그 시간에 맞춰 우버 택시와 대리기사들이 현장에서 고객들을 기다린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 우버차량이 압도적 서비스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이유다.

김 교수는 "이는 비단 기업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면서 "치킨집을 하더라고 닭을 데이터로 튀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젠 데이터를 모으기만 해도 돈이 되는 시대"라며 "중소기업들은 기술을 개발하기보다 획득해야한다. 출연연구원이나 각종 연구소에 중소·중견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이 개발돼 있는 게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려면 그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획득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하고, 획득한 기술을 플랫폼에 올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소재나 신약 같은 첨단분야 연구개발(R&D)은 이미 글로벌 기업의 영역이 됐고, 사람이 할 수 있는 영역에서도 벗어나고 있다는 것.

따라서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기술개발에 전념하더라도 글로벌 기업과 AI에 밀려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인재양성과 관련해서는 "어려운 수학·과학문제 푸는 건 AI에게 맡기고, 인간은 창의적 방법으로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할 때"라며 "교육도 속도가 생명"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의 애플 구글 IBM 스타벅스 어네스트 영 등 유수의 기업에 입사하는 데 더 이상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지 않다. 문제 해결능력이 중요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교수는 "요즘 사회변화가 너무 빨라 대학 4년은 너무 길다. 몇 천원자리 앱(app) 하나로 대체 가능한 과목을 1년 이상 가르치는 경우도 많다"며 "전문대에서 문제해결형 인력을 신속히 양성해 고령화에 진입한 사회에 진출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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