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 “법체계 신속히 정비해야”

2019-04-15 12:24:36 게재

“여성 건강 보장에 중점 …임신중지, 필수의료서비스”

보험급여화 등 제안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헌재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입장문 발표 간담회에서 나영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이 입장문을 읽고 있다. 배석자는 왼쪽부터 모낙폐의 나영 공동집행위원장, 문설희 공동집행위원장, 제이 공동집행위원장, 류민희 낙태죄위헌소송 공동대리인단 변호사,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 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조치가 빠르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모자보건법 등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되는 가운데 시민사회는 여성의 건강권과 자기결정권 침해를 막을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낙태죄 폐지를 위해 여러 시민단체들이 모여 만든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모낙폐)’은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물론 입법부의 빠른 대처를 촉구했다.

낙태죄 위헌소송 공동 대리인단 중 한 명인 류민희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가) 위헌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고 위헌 조항을 제거할 의무는 행정부와 입법부에 있다”면서 “행정.입법부가 위헌성을 지적받은 조항을 빨리 폐기하지 않으면 (여성 권리의) 더 많은 침해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들이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속조치 관련해서는 의료서비스 관련한 제안들이 많이 나왔다. 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국가는 임신중지행위에 대한 가치판단을 멈추고 임신중지가 필수 의료서비스로 제공될 수 있도록 의료인 교육, 상담환경 조성 등을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금까지는 낙태가 불법이었던 만큼 예비의료인들이 낙태 관련 수련이나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이에 대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산유도약 도입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오 전문의는 “유산유도약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안전한 임신중지 가이드라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정도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며 즉각 도입을 촉구했다. 아울러 “임신중지는 시간을 다투는 의료행위라는 점에서 비용 문제로 임신중지를 선택하지 못해 임신기간이 길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임신중지와 피임을 보험급여화해야 한다”고 했다.

벌써부터 임신중지가 허용되는 기간과 관련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데 대해 모낙폐는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 여부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입법 논의가 좁혀지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영 ‘모낙폐’ 공동집행위원장은 “헌재가 22주 이내에서 임신중지를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22주 이후 임신중지를 처벌하라는 취지가 아니다”면서 “12주, 24주 등으로 나눠 전면 허용, 제한적 허용을 거론하면 헌재 결정보다 뒤처지는 논의”라고 지적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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