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웃과의 관계'로 삶이 풍요로워지다

2019-04-26 11:23:44 게재
김효경 지음 / 남해의봄날 / 1만6000원

#마을에서 나는 종종 아침에 설레며 눈을 떴고 누군가를 만날 기대로 하루를 시작했다. 여행으로도, 책으로도, 일로도 흩어지지 않던 비관과 우울의 안개가 조금씩 걷혔다. 그곳에서 나는 더 많이 웃고 가벼워졌다.

이 마을에서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서투른 일이 명확해졌고, 이웃들은 내게 타인에게 솔직하게 다가서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들 덕분에 내가 먼저 웃고 배려하면 다른 사람도 흔쾌히 다가올 것을 종교처럼 믿게 되었다. 조금이나마 배려할 줄 아는 어른이 된 기분에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도 했으며, 새로운 사람에게서 받을 상처를 겁내기 보다는 관계로 풍요로워지는 삶에 놀라고 있다.

'어느 날, 변두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의 저자는 전셋값이 올라 이사를 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리고 생각해 낸 곳이 어린이집에서 딸이 갔다는 도서관이 있는 한 변두리 마을. 그 마을에서 저자는 우울증 약으로도 찾지 못했던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만난다. 도시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행복의 원인을 찾던 저자는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과 '관계'에 주목한다.

이곳 사람들은 마트가 아니라 이웃에게 들기름과 꿀을 사고 주민센터가 아니라 이웃에게서 퀼트와 프랑스어를 배운다. 이웃이 힘들어할 때 먼저 나서서 도움을 주고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웃어준다. 저자에게 이제 마을이란 작은 도서관, 그 도서관 안에서 부비며 놀던 아이와 어른들, 그들과 나눴던 셀 수 없는 음식과 그들의 부엌에서 보냈던 시간, 이웃과 내 아이가 놀고 먹고 씻으며 아웅다웅했던 기억이다.

이런 마을이 가능했던 것은 안홍택 목사와 초기 이주민들의 희생과 노력 덕이다. 안 목사는 말한다. "도서관도 그렇고 그냥가게도, 목공소도 자본에 맞서 보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서 즐겁게 놀면 부자보다 더 행복해지거든요. 반자본의 정신은 함께 모여 잘 노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