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스킨 인 더 게임

책임지지 않는 지식인에 칼날을 들이밀다

2019-05-03 11:14:24 게재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지음 / 김원호 옮김 / 비즈니스북스 / 1만9800원

2008년 금융위기를 예언해 '월가의 현자'로 불리는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가 돌아왔다. 이번에 들고 나온 책은 '스킨 인 더 게임(Skin in the Game)'. 스킨 인 더 게임은 '자신이 책임을 책임을 지고 현실에 참여하라'는 뜻을 가진 용어로 요즘엔 금융·경제분야 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언론 사회분야에서도 늘리 쓰인다.

이번 책은 탈레브가 25년간 집필해온 '인세르토(incerto)'(라틴어로 '불확실성'을 의미) 시리즈의 완결판이다. '행운을 믿지 마라' '블랙스완' '안티프래질' 등 인세토르 시리즈를 통해 '예측불가능한 위기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설파해온 탈레브는 그동안 집필작업의 최종결론으로 '스킨 인 더 게임(책임 있는 행동)'을 끌어낸다.

탈레브는 전작에서처럼 '말로만 간섭하고 책임지지 않는 지식인과 정치인 등 간섭주의자들'에 대해 사정없이 칼날을 들이민다. '더 위클리 스탠더드' 편집장이었던 빌 크리스톨이나 '뉴욕 타임즈'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 같은 언론인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클린턴정부의 재무장관이자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 시티은행 회장을 역임한 로버트 루빈은 탈레브의 경멸의 대상이다. 시티은행 회장으로 10년 재직하면서 1억2000만 달러가 넘는 보수를 챙겼지만, 정작 금융위기로 시티은행이 지급불능 상태로 빠져 막대한 규모의 정부 재정을 투입하게 만들었으면서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빈 리스크를 책임진 사람은 학원 강사, 학교 보조교사, 캔 공장의 직원 같은 평범한 납세자였다.

사실 '밥 루빈 트레이드'는 2008년 미국에서만 존재하는 현상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얼마나 많은 로버트 루빈이 '자신은 이익을 챙기고, 리스크는 국민에게 지우는 방식'으로 책임을 회피했던가.

탈레브는 자신은 이익을 추구하면서 손실이나 책임은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 하는 '밥 루빈 트레이드 방식'(로버트 루빈식 거래)만 추구하다보면 어느 순간 '블랙스완'(예측불가능한 순간에 닥친 거대한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탈레브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즐겨 했던 말 '파테마타, 마테마타'(아픔을 통해 배운다는 뜻)를 인용해 지식과 책임의 균형을 갖추라고 충고한다. 실패하더라도 실행을 통해 배우는 지식이 참 지식이고, 책임감도 더 갖게 된다는 것이다.

사족 한마디. 탈레브는 책을 여러번 읽지 않고 쓰는 서평은 사기라고 지적한다. 고백하건대 이 서평은 책의 1/3만 읽고 썼다.

남봉우 기자 baw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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