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위계조직에 갇혀버린 혁신 인재들

2019-05-10 11:25:02 게재
유호현 지음 / 스마트북스 / 1만5000원

최근 TV에서는 '회사 가기 싫어~'를 입에 달고 사는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청운의 꿈을 안고 들어간 회사에서 열정을 불사르던 20대 열혈 청년은 시간이 갈수록 무채색이 되어버렸다. 그들은, 아니 우리는 왜 회사에 가기 싫은 사람이 되었을까? 위계조직에 갇혀버린 혁신 인재들이 안타깝다.

이 책은 트위터를 거쳐 에어비앤비에서 일하고 있는 문과 출신 엔지니어 유호현이 한국과 실리콘밸리의 기업문화를 고찰한 이야기다. 그는 한국 대기업에서 생존하는 애런과 실리콘밸리에서 혁신하는 브라이언의 사례를 통해 똑똑한 회사 바보로 생존할 것인가 아니면 이기적 직원으로 성장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다.

한국 대기업에 다니던 애런은 성실하고 눈치 빠른 인재로 평가받았다. 실리콘밸리 브라이언은 창의적이고 소통하는 인재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애런이 실리콘밸리로 이직한 후에는 시키는 일만 열심히 하고 소통이나 질문을 하지 않는 사람, 창의적으로 최선의 방법을 찾기보다는 자신이 잘 아는 영역에 안주하는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브라이언은 한국 대기업에 취직한 후 잘난 척하고 독선적이며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조직문화를 해치는 사람으로 평가됐다. 어떤 조직문화에서는 최고로 인정받던 사람이 다른 조직문화에서는 최악의 인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들은 회사에 충성하는 사람을 뽑고 길러왔다. 시키는 일을 하기 보다는 자신의 재능에 맞는 일을 하는 사람들과 회사에 적합한 인재가 되기보다 전문영역을 갖추어 '업계'에 적합한 인재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이기적'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이기적'이라고 비판받은 사람들이 각자의 색깔을 내며 최고의 회사를 만들어갔다. 저자는 실리콘밸리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일은 하기 싫은 것이라는 생각이 깨졌다며 일은 삶의 목표를 완성시켜가는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동안 제조업 방식으로 모든 일을 해온 우리도 이제는 이제 혁신의 시대를 맞아 새로운 고민을 해야할 때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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