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제너럴일렉트릭)·KPMG(글로벌 회계그룹), 110년 만에 결별 앞둬
2019-05-13 11:20:02 게재
미 노조 연금펀드 "감사인 바꾸고 10년 마다 교체" 요구
GE의 잇따른 회계오류와 전략 실패로 투자자들의 신뢰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미국 노조 연금펀드들이 구성한 투자그룹(CTW)에 따르면 CTW는 지난달 15일 GE 이사회의 수석이사인 토마스 호튼에게 보낸 서신에서 "2020년에 새로운 감사인을 투입하고 10년마다 의무적으로 감사인을 교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CTW는 "KPMG가 수년간 회계 스캔들에 연루돼 있고 전직 KPMG 파트너 2명과 상무이사가 유죄를 선고받았다"며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2016년과 2017년 KPMG를 조사한 보고서에는 GE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CTW는 올해 1월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가 KPMG의 품질 관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점도 적시했다.
지난달 17일 블룸버그 통신은 "GE 주주들이 KPMG에 대한 불만족을 표현한 지 1년 정도 지난 지금 다시 GE의 회계감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됨에 따라 GE 이사회에 대한 압력이 가중되게 됐다"고 보도했다.
GE는 올해 감사인(KPMG)을 유지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12월에는 향후 입찰을 통해 새로운 감사인을 찾겠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110여년 간 유지해온 GE와 감사인의 관계가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
외부감사인 교체는 GE가 127년의 역사 동안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인 래리 컬프가 시도하고 있는 여러 변화 중 하나다.
GE는 올해 2월 1210억달러에 달하는 거액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 바이오제약 사업을 미국 의료장비업체 다나허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CTW의 전무이사인 디터 바이제네거는 "GE의 신인도를 저하시키는 감사에 대한 우려사항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며 "GE의 감사위원회와 이사회로부터 이 상황을 타개하려고 하는 절박함이 발견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CTW는 8일 GE의 연례총회에서 감사인 교체 등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GE 역시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3월 감독 공시자료에서 "GE는 KPMG에 대한 주주의 지지가 약해짐에 따라 향후 감사인 교체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GE는 과도한 부채와 주주소송, 시장 경쟁력 약화 등 여러 가지 위험에 직면해 있으며 GE 회계정책에 대한 연방조사도 진행 중이다.
CTW는 연금펀드 컨소시엄을 대표해 2500억달러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GE 주식의 21.3%를 보유하고 있으며 GE뿐만 아니라 에퀴팩스(Equifax), 치포틀레 멕시칸 그릴(Chipotle Mexican Grill), 티파니(Tiffany)와 같은 기업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CTW는 테슬라의 이사진을 교체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GE의 외부감사인 문제는 지난해 GE가 금융과 전력 사업부문에서 수십억달러의 손실을 보면서 불거졌다. 당시 CEO였던 존 플래너리 체제에서 GE는 KPMG를 옹호했고 감사인 교체가 오히려 비용을 증가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의결권행사 자문기관인 글래스 루이스(Glass Lewis)와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는 지난해 주주들에게 GE 연례총회에서 감사인을 거부해 줄 것을 권고했다. KPMG는 감사인 자격을 유지했지만, 지지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지난해 65%의 찬성을 받았는데, 전년도 97%와 비교하면 크게 하락한 것이다.
한편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지난 9일 감사인지정제와 관련한 기자세미나에서 GE 사례를 언급했다. 최 회장은 "미국의 GE는 100년 이상 빅4(회계법인) 중 하나와 감사계약을 맺었는데 그 역사가 끝날 것 같다"며 "감사인 독립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서 여론, 의회, 정부기관에서 의뢰한 연구기관 등에서 감사인 독립성 확보를 위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민간기업의 구조가 선진화돼 있어서 (감사인 지정제) 논의가 없을 거 같았는데, 현재 상당히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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