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구조조정 '해법 찾기' 첫발 뗐다

2019-05-14 11:26:05 게재

금융당국 '법원 회생절차 기업 돕자' 급선회 … "기업회생에 신규자금 적극 지원"

금융당국이 법원에서 회생절차를 진행 중인 기업을 적극 도와주는 방향으로 기업구조조정의 방향을 급선회했다. 기업구조조정의 양대 축인 워크아웃제도(기업구조조정촉진법)와 법정관리(통합도산법) 중에서 워크아웃제도를 강조해왔던 틀을 깨뜨린 변화다.

13일 금융위원회는 서울회생법원을 비롯해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모인 '기업구조조정제도 점검 TF'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개최했다.
기업 구조조정 제도 점검 태스크포스 회의 | 금융위원회는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업 구조조정 제도 점검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었다. 사진 금융위원회 제공


이날 회의에서 금융위는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들을 최대한 돕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워크아웃제도가 우월한지, 법정관리제도가 우월한지를 놓고 벌였던 논쟁에서 벗어나 '기업을 얼마나 빠르게 효율적으로 살릴 수 있는지'를 핵심가치로 검토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변화는 시간이 갈수록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며 하반기 이후에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이들 기업들은 운전자금 등 회사운영에 필요한 신규자금을 공급받기 어려워 경쟁력이 있더라도 회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권은행들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회생절차에 들어간 기업들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자본시장에서 조달된 자금이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판단,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구조조정 시장 형성이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위는 일단 정책금융기관이 나서서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을 지원하고 성공적인 구조조정 사례를 만들기로 했다.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나서서 올해 시범적으로 철재업체인 A사와 선박기자재업체인 B사 등 3~4곳에 20억원 정도를 지원하기로 했다. 법이 개정되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과 DIP(신규자금대여) 기금을 마련해 300억~500억원 정도의 운전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 등이 나서서 기업들을 도와주다보면 성공사례가 나오고 시장에서 구조조정에 투자하는 PEF들이 생길 것"이라며 "법원에서 개별 기업의 자금지원 요구를 금융권에 하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이를 해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법원은 실무협의회를 구성해 회생절차 기업의 신규자금 지원 등 금융권과의 연결 고리를 계획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한시법인 기촉법이 사라지면 당장 기업의 구조조정은 법원의 회생절차로 진행되기 때문에 회생절차가 잘되는 것이 중요하다"며 "법원에서는 신규자금을 지원해주지 않는 금융권 전체에 대한 원망이 있을 텐데 적극 지원을 통해 오해를 풀겠다"고 말했다.

기업구조조정을 놓고 금융당국과 법원이 자리를 함께 한 출발점은 국회의 요구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는 기촉법을 연장하면서 부대조건을 달았다. 기촉법의 상시화 또는 통합도산법으로 기업구조조정제도를 일원화하는 등 금융당국과 법원이 논의를 거쳐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라고 요구했다.

올해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과 서경환 서울회생법원 수석부장판사,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 등은 몇 차례 회동을 거치면서 기관의 입장 차이를 상당부분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법원의 회생절차를 지원하고 법원도 워크아웃의 필요성 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아가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두 제도의 우월성을 놓고 거대담론을 벌이기 보다는 현실적으로 기업구조조정에 도움이 되는 실천적인 노력들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기업들이 객관적으로 두 제도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고 제도적인 방향성은 나중에 논의해도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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