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중국 관세, 왜 부메랑인가

2019-05-29 11:38:15 게재

뉴욕연방준비은행 보고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 2000억달러 물품에 부과하던 10% 관세를 이달 10일(현지시간) 25%로 상향했다. 이로 인해 미국 소비자가 관세와 세수손실 등 명목으로 부담해야 하는 총비용이 연간 106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뉴욕연방준비은행 메어리 아미티 리서치통계팀 부사장과 프린스턴대 스티븐 J. 레딩 교수, 컬럼비아대 데이비드 E. 웨인스타인 교수가 최근 뉴욕연은이 운영하는 블로그 '리버티스트리트 이코노믹스'에 올린 보고서 '미국의 새로운 대중국 관세가 가계에 던지는 추가부담'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미국의 1억2760만가구가 연 평균 부담하는 가구당 총비용은 831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10% 대중국 관세로 인한 가구당 총비용 419달러 대비 2배 상승한 수치다.


연구진에 따르면 관세에 따른 소비자 부담은 두 갈래로 다가온다. 우선 소비자가 부담하는 관세이고, 둘째는 재화나 서비스의 균형이 최적이 아닐 때 발생하는 경제적 효용의 순손실, 즉 '사중손실'(死重損失·deadweight loss)이다. 소비자 부담의 크기는 외국 수출업자가 관세를 얼마 만큼 수출가격에 반영하느냐, 관세가 붙은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수요가 어떠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 3월 UCLA 파블로 파젤바움 교수 등이 발표한 논문 '보호무역의 귀환'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중국에 부과한 10% 관세는 수입품 가격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이는 중국이 관세가 부과될 자국 수출품의 가격을 전혀 인하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따라서 중국 수출품은 미국 세관을 통과할 때마다 관세만큼 가격이 올랐다. 저자들은 지난해 관세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수요가 43%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중국 수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 또는 이를 수입하는 기업은 당초 가격에 관세만큼의 추가 부담을 져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중국 상품을 100달러에 구매했던 소비자나 기업은 지난해10% 관세로 110달러를 지불했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10달러의 추가 부담이 미국 경제에 순손실을 끼친 건 아니다. 소비자나 기업의 돈이 미국 정부의 금고로 이전된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일부 수입업자들은 공급망을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산 상품에 10% 관세를 부과하면 단위당 110달러로 사들여야 하는 중국 상품 대신 대체 상품을 109달러에 판매하는 베트남 기업을 섭외할 수 있다. 물론 베트남 상품은 중국 상품보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관세가 없기 때문에 1달러 저렴하다. 수입업자의 비용은 9달러 오르지만, 미국 정부의 관세 수입 10달러는 사라진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관세로 인한 공급망 다변화는 앞서 언급한 '사중손실'을 발생시킨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사중손실은 관세가 오르는 것보다 더 많이 상승한다. 수입업자들이 기존 공급자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대체업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율의 관세는 정부의 세수를 대폭 낮추게 된다. 수입업자들이 관세가 적용되는 나라의 상품을 회피하고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다른 나라의 상품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2000억달러 품목에 대한 지난해 10% 관세와 이달 초 15% 추가관세를 비교하면 이해가 더 빠르다.

2018년 11월 기준 미국 수입업자와 소비자는 월간 30억달러의 관세를 부담했다. 또 대체 수입으로 인한 사중손실(미 정부의 세수 손실)은 14억달러였다. 해당 기간 미국의 총 부담액은 44억달러였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528억달러다. 미국 총가구 1억2760만가구로 나누면 한 가구당 평균 414달러의 추가 부담을 진다.

이 가운데 282달러는 정부 국고로 귀속돼 결국에는 납세자에게 되돌아오는 돈이다. 미국 정부가 미중 무역전쟁으로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는 대두와 낙농업 농가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방식이다. 하지만 사중손실에 해당하는 132달러는 미국 경제의 순손실이다.

이런 추정에 기반하면 이달 25%로 확대된 관세는 미국 경제에 더 큰 피해를 준다. 가구당 연 평균 관세부담은 282달러에서 211달러로 줄어든다. 고율관세로 중국산 제품의 소비자가격이 크게 오르기 때문에 미국 수입업자들은 중국이 아닌 대체 수입국에 더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관세 명목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액수는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다.

하지만 가격경쟁력이 낮은 대체 수입품에 의존할수록 미국의 세수도 줄어든다. 물론 이론상 미국 소비자들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상품에 눈을 돌릴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지난달 22일 연방준비제도(연준)와 NBER 연구진이 공동 발표한 논문 '세탁기를 통해 본 수입선 다변화와 미국 통상정책의 가격 효과'에 따르면 중국이 빠진 자리를 대체한 것은 미국 제조업자가 아니라 중국 이외의 개발도상국 제조업자들이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25% 고율관세에 따라 미국 가구가 연간 부담하는 사중손실(국고로 편입돼 납세자에게 쓰이는 대신 중국 이외의 개도국으로 이전한 돈)은 132달러에서 620달러로 크게 늘어난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1가구당 연 평균 831달러의 총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연구진은 "고율관세는 거대한 경제적 왜곡현상을 만들고 미국의 세수를 크게 감소시킨다"고 지적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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