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규제당국, 4대 IT공룡 동시다발 정조준

2019-06-04 12:26:04 게재

디지털 시장독점 겨냥

연방 정치권도 가세

시총 150조원 증발

미국의 정보·기술(IT) ‘공룡 기업’들이 줄줄이 규제당국의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방 정치권도 본격적으로 가세할 태세여서 ‘디지털 시장독점’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질 분위기다. 미국 IT 업종뿐만 아니라 사실상 미국인의 일상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업체들이어서 그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3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미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는 몇 주간 논의를 거쳐 IT 대기업에 대한 관할권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애플과 구글을, FTC가 아마존과 페이스북을 각각 나눠서 조사하기로 협약을 맺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우선 법무부가 구글과 애플을 겨냥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법무부가 구글에 대한 조사착수를 준비함에 따라 구글도 법적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애플에 대해서도 조사를 고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덧붙였다.

미 규제당국이 합심해서 ‘IT 공룡’들을 정조준한 것은 이례적이다. 주요 IT 대기업들이 사실상 미국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보면서 개인정보 논란이 증폭하는 데다, 확고한 디지털시장 지배력을 기반으로 경쟁체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을 반영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정치권도 가세하면서 반독점 이슈가 눈덩이처럼 커질 분위기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하원 법사위원회의 데이비드 시실린(민주·로드아일랜드) 반독점소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차원에서 반독점 문제를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특히 시실린 소위원장은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을 지목하면서 “이번 조사는 ‘(이들 기업들이 장악한) 이런 공간에서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선명한 목소리가 부각되는 2020년 대선정국과 맞물려 ‘IT공룡 때리기’의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진보성향의 실리콘밸리 또는 미디어기업을 길들이려는 취지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아마존을 이끄는 제프 베이조스는 워싱턴포스트(WP)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미국 규제당국이 ‘반독점 조사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초대형 정보·기술(IT) 종목을 강타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이들 4대 종목은 일제히 주저앉았다. 페이스북은 7.51%,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6.11%, 아마존은 4.64% 각각 폭락했다. 애플은 1.01% 하락 마감하면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았다. 이들 종목의 시가총액은 하루 새 약 1300억 달러(154조원)가 감소했다고 CNBC방송은 집계했다.

4대 기술주는 동영상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와 더불어 ‘팡’(FAANG,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 그룹으로 분류되면서 뉴욕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현 대장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시가총액 상위 5위권을 구성하는 종목이기도 하다.
한면택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