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여는 책 | 대통령을 위한 뇌 과학/과학, 넌 누구냐?

과학으로 '부동층 속마음' 읽기

2019-06-14 11:33:43 게재
이명현 김상욱 강양구 지음 / 사이언스북스 / 각권 1만7500원

"때가 되면 찾아오는 민주주의의 축제, 바로 선거입니다. 시민들이 숙고 끝에 표를 던지면, 그 결과에 따라 희비가 교차되곤 하지요. 하지만 2016년 미국에서 치러진 대선은 무엇보다 당혹감을 안겨 줬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부동층과 숨어 있던 지지층이 선거의 판세를 결정했다는 분석이 뒤따랐습니다.

이런 결과가 남의 일만은 아니지요. 한국에서도 그 다음 해 대통령 선거를 치렀습니다. 역시나 숨어 있는 지지층이 판세에 영향을 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는데요. 그런 까닭에 '과학 수다 시즌 2'는 2017년 과학의 눈으로 부동층의 속마음을 읽는 흥미진진한 실험에 주목했습니다.

그런데 부동층의 속마음이라니, 부동층이란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이들을 가리키는 말 아니었나요? 그렇다면 부동층의 속마음이란 과연 무엇인지, 또 어떻게 읽을 수 있는지 궁금해지지요?

우리의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fMRI로 들여다 본 유권자의 뇌에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보수와 진보 같은 정치적 성향은 뇌와 무슨 관계일까요? 더구나 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론이 대두되는 요즘 신경 정치학이 한국 정치에 주는 함의가 있을 것도 같습니다."

"2016년 2월 12일은 라이고가 중력파 검출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날입니다. 2015년 9월 14일에 검출되어 GW150914로 명명된 이 중력파 신호는 킵 손과 라이너 바이스, 배리 배리시에게 2017년 노벨 물리학상을 안겨 줬지요. 이는 과학계가 중력파의 검출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려 왔는지를 방증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중력파는 1916년 아인슈타인이 그 존재를 예측한 이후 무려 꼭 100년이 지나서야 처음 검출되었습니다. 잠깐, 그렇다면 대체 중력파는 무엇일까요. 발표 다음 해에 신속하게 노벨상이 주어질 정도로 과학계의 모두가 그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중력파를 검출하고자 지난 100년 동안 우리가 해 온 연구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중력파 검출을 알린 라이고는 무엇이며, 어떠한 원리로 중력파를 검출한 것일까요?"

'수다'로 만나는 과학

각각 과학 수다 3권 '대통령을 위한 뇌 과학', 과학 수다 4권 '과학, 누구냐 넌?'의 도입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과학 수다'는 과학 기술계의 최신 현안에 대해 과학자들이 수다를 떨면서 독자들에게 직접 과학 지식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던지고 얘기를 이끌어 나가는 '수다' 형식을 통해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존 과학 콘텐츠의 한계를 탈피하고자 했다. 또 저자들이 각 주제의 전문가와 함께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구성해 전문성을 확보했다.

과학 수다 3권과 4권은 '과학 수다 시즌 2'라는 이름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 49편 분량으로 독자들을 만나왔다. 저자들은 천문학자 이명현 박사, 물리학자 김상욱 경희대 교수, 지식 큐레이터 강양구 기자다.

'대통령을 위한 뇌 과학'과 '과학, 누구냐 넌?'은 각각 '인간에 대한 과학'과 '최첨단 과학'이라는 주제를 갖고 있다.

'대통령을 위한 뇌 과학'은 신경 정치학과 통계 물리학, 진화 경제학 등 자연과학 방법론으로 인간을 탐색하는 학자들과 얘기를 나눈다.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이분법을 넘어 사유하는 시간이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은 '부동층' 파악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이와 관련 심리학과 뇌 과학 연구가 정치적 의사 결정에 대해 어떻게 연구해 왔는지 실제 연구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 김범준 성균관대 물리학과 교수는 통계 물리학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커피 전문점과 학교의 배치 문제, 촛불집회 참가 인원 추산법 등을 밝히며 과학자가 과학을 갖고 사회를 논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으로 과학한다는 것'을 다룬 3장에서는 황정아 박사와 함께 낙관적이지만은 않은 한국 과학계의 현실을 진단한다. 연구 인력이 부족해 한 사람이 여러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며 '유리 천장'이 있어 여성 과학자에게는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과학계의 현실이다. 이를 토대로 과학계 젠더 문제를 함께 고민한다.

'경제가 진화를 만났을 때'를 다룬 6장에서는 진화 생물학을 경제학에 접목해 '진화 게임 이론'을 연구하는 경제학자 최정규 교수와 얘기를 나눈다. 인간 본성을 연구하는 새로운 경제학에 대해 들을 수 있는 자리다.

중력파 검출기의 원리는

'과학, 누구냐 넌?'은 중력파 검출기나 극저온 전자 현미경, CRISPR 유전자 가위 등 과학계를 뜨겁게 달군 최첨단 과학에 대해 다룬다. 어떤 연구가 노벨상을 받는 등의 이유로 화제가 될 때는 많아도 해당 연구의 과학적 원리와 함의까지 전문가에게 정확히 듣는 일은 드물다는 데 착안했다.

이 책은 우선, 2015년 9월 최초로 검출된 중력파를 다룬다. 또 2017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극저온 전자 현미경에 대해 알아본다. 극저온 전자 현미경에는 생체 고분자를 살아 있는 그대로 보면서 이를 3차원으로 구현하고자 했던 과학자 3명의 업적이 담겨 있다.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면역 항암제, 2016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위상 물리학에 대해서도 만날 수 있다. 응집 물질 물리학의 한 세부 분야인 위상 물리학에 접근하기 위해 양자 역학과 파동 함수, 복소수와 위상수학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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