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동자 노동안전 실태조사

업무 최대 위험요인은 '수면부족'

2019-06-26 11:17:52 게재

62%가 응답 … 환자·보호자에 의한 폭언·폭행·성폭력도 55.8%

간호사 등 보건의료노동자는 수면부족을 업무할 때 가장 위험한 요인으로 꼽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나순자 위원장, 보건의료노조)은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2∼3월 조합원 3만6447명을 대상으로 한 '노동안전 실태조사'에서 업무할 때 위험요인으로 응답자의 62.0%가 '수면부족'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환자·보호자·대상자에 의한 폭언·폭행·성폭력은 55.8%, 유해물질 노출은 54.7%, 주변 업무환경은 50.6%가 위험을 느낀다고 답했다.


특히 간호사는 타 직종에 비해 업무시 위험에 대한 평가가 크게 높았다. 전체의 74.7%가 수면부족을 위험요인으로 느끼고 있었고 환자·보호자·대상자에 의한 폭언·폭행·성폭력도 64.7%가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유해물질 노출과 주변 업무환경은 각각 63.2%, 59.6%로 나타났다.

실제 보건의료노동자 다수가 수면부족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응답자의 56.1%가 최근 1년간 평균 수면시간이 6시간 미만이었다. 이 가운데 수면시간이 '5시간 이상 6시간 미만'인 경우가 37.5%로 가장 많았다.

이는 201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8개국 최하위를 기록한 한국인 평균 수면시간(7시간 49분)보다 크게 못 미쳤다. 특히 미국국립수면연구재단(NSF)의 만 26세 이상 성인 권장 수면시간인 7~8시간 이상에 해당하는 응답자는 15% 정도에 그쳤다.

근무형태로 살펴보면 수면부족을 위험요인으로 꼽는 응답은 '3교대'와 '야간근무'에서 많았다.

간호사의 경우 '통상근무'자의 47.9%가 수면부족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고 밝힌 반면 3교대 근무자는 82.7%, 야간근무 전담자는 78.9%가 수면부족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임상병리사도 역시 통상근무자의 34.1%가 수면부족을 위험요인으로 꼽았지만, 3교대 73.1%, 야간근무 66.7%가 수면부족으로 위험하다고 답했다.

한편 전체 응답자의 76.7%가 지난해 1년간 업무상 사고·질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상 사고·질병 가운데 수면장애가 54.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근·골격계 질환(53.3%), 절단·베임·찔림·끼임(45.4%), 넘어짐·부딪힘(42.6%), 정신적 질환(12.5%) 순이었다. 감염성 질환도 10.2%로 비교적 높았다.

보건의료노조는 "수면부족은 만성적인 신체질환과 정신질환의 원인이 되며 반복되면 불면증이나 기면증 같은 수면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수면부족이 만성질병으로 이어지면 우울증 위험이 10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의료노동자의 수면부족 및 장애는 집중력 감소를 시작으로 정신, 신체의 질환을 일으켜 환자들의 생명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의료현장의 노동안전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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