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라 변호사의 사건 돋보기 (5)

아동 준법교육의 필요성

2019-06-26 11:30:19 게재
이보라 변호사

법정에 서면 흔히 '나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며, '준법의식이 투철한데도 이곳에 서게 됐다'며 억울함을 주장한다. 그러나 교육수준, 경제생활의 수준이 높은 것과는 별개로, 우리국민의 준법의식이 높은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도덕에서 윤리, 법과 사회로 이어지는 학창시절을 겪어오며 규범이 무엇인지, 법이 무엇인지를 배워온다. 그러나 긴 시간의 정규교육을 거쳐 머리에 남는 것은 3권 분립과 기본권 보장, 선거와 민주주의 정도의 추상적인 개념들에 불과하다. 실제적인 법의 엄중함과 처벌의 두려움 등은 뜬 구름 같은 개념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형사 사건 변호를 하면서 만나게 되는 피의자의 상당수는 내가 운이 나빴다며, 수사기관이 고의도 없는 엄한 사람을 잡는다고 주장한다. 미성년자에게 음란 사진을 보내라 협박했던 한 청년은, 자신의 행위가 협박이 아니며 미성년자에게 겁을 줘 사회의 무서움을 깨닫기를 바란 행동이었다며 극구 자신은 전과자가 될 이유가 없다며 항변했다. 그는 혐의를 부인하다가 수차례의 수사기관의 조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졌다. 형이 확정된 그는 "이렇게 내가 잘못을 해서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는 과정에 대해 사전에 교육을 받았다면 이렇게 후회할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후회했다. 만약 그가 학창 시절에 자신이 나쁜 짓을 했을 때 실제로 어떤 수사를 받게 되고 재판에서 유죄가 선고돼 실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위험에 대한 진지한 교육을 받았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성장과정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한 준법교육이 필요한 것은 위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처음 수사기관의 피소사실을 통지 받은 이후로 조사를 받고, 이후 검찰의 처분을 거쳐 법정에 서기까지 적게는 몇 달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긴장과 걱정 속에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 교과서는 이와 같은 현실을 알려주지 않는다. 단지 대학 입시만을 위해 구속 전 피의자 심사제도, 보석제도 등의 법률용어만을 외우도록 할 뿐이다. 만약 실질적인 사례 중심의 준법교육이 활성화될 경우 범죄 예방 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집행유예,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서야 준법강의를 수강하는 것은 너무 늦다. 법을 지키지 않거나, 다른 사람을 해하는 자는 철저하게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받게 되며, 그에 이르는 절차는 너무나 지치고 힘든 일이라는 점을 아동기, 청소년기에 걸쳐 명확하게 인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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