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G20회담 결렬시 전 세계 GDP 1.2조달러 증발

2019-06-27 12:03:17 게재

블룸버그통신 "한국, 중국 관세부과 일부 품목 대체해 혜택 … 전반적 투자·수출은 감소"

미중 무역전쟁이 계속 격화될 경우 전 세계가 1조2000억달러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26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이 매체의 경제분석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29일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이 실패해 양국의 모든 상호 수입품에 25% 추가 관세가 부과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경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2021년말까지 1조2000억달러(약 1388조원)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미중 양국 정상은 28일부터 이틀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만날 예정이다.

지난해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이 재연된다면, 양국 간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추가 관세는 보류될 수 있고, 중국 기술기업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부터 다소간 숨쉴 여지를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 양국이 교역하는 모든 물품에 최대 25%까지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블룸버그 소속 경제학자인 댄 핸슨은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우울한 글로벌 경제 전망과 맞물려 2021년말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1조2000억달러가 사라질 수 있다"며 "미중협상 결렬 자체가 글로벌 불경기를 촉발하기엔 충분치 않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술기업 델테크톨로지와 HP, 인텔, 마이크로소프트는 노트북과 태블릿PC에 대해 예고된 관세를 일제히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관세가 부과되면 소비자는 물론 제조업체와 중소 유통업체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에서 '디어스테이지컨셉트'라는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릭 머스카트 대표는 최근 미 무역당국에 "가족경영체제인 우리 기업은 중국 내 제조공장을 다른 곳으로 신속히 이전하기가 불가능하다"며 "35명의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아예 회사를 폐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관세조치가 직원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현 수준의 관세를 동결한다고 해도, 이미 양국의 무역전쟁 피해는 확산되고 있다. 블룸버그 경제학자인 매바 커즌과 톰 오를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관세를 적용받은 수천개 중국 제품의 올해 1분기 대미 수출액은 전년 대비 26% 줄었다. 중국은 또 입지조건 측면에서 다국적 기업의 외면을 받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TV에 출연해 "중국의 입장에서 좋지 않은 결과"라며 "관세를 내야 할 모든 나라들이 중국을 떠나 베트남 등 아시아의 다른 나라로 공장을 옮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아시아 공급망에 속한 나라들 중 일부는 중국 내 생산기지를 흡수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기도 하지만, 크게 보면 미중 무역전쟁의 고통을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9년 1분기 기준 관세 대상에 포함된 중국 제품과 경합을 벌이는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대만은 해당 품목의 대미 수출이 30% 늘었다. 베트남은 20% 이상, 한국은 약 17% 증가했다. 하지만 달러 기준으로 보면 해당 나라들의 대체액은 중국이 상실한 몫의 절반도 안됐다.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아시아 공급망이 변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에 수출하는 대만과 한국의 전자부품 매출이 상승했다. 중국에 위치한 최종 조립공장이 다시 이들 나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베트남은 가구 수출과 관련해 큰 폭의 수출증가세를 기록했다. 저부가가치 제조업이 중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최대 자전거 제조업체인 대만의 자이언트는 지난해 9월 관세가 발효될 것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위협을 접하자마자 중국 공장을 자국으로 이전했다.

관세를 회피하려는 필사적 노력도 펼쳐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닌 중국의 TV 수출은 치솟았다. 반면 관세가 적용되는 중국 TV 부품의 대미 수출은 급락했다. 액정표시장치(LCD)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공급망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중국의 대미 수출품을 대체하는 데엔 상당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단순한 수출품으로 간주되는 의류와 같은 제품도 미국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추려면 까다로운 세부사항을 충족시켜야 한다. 노동자들을 훈련시켜야 하고, 관련 기계를 구입해야 한다. 또 공급량을 일정하게 맞추면서도 품질은 높아야 한다. 블룸버그는 "이 모든 변화가 하룻밤새 일어날리 없다"고 지적했다.

중국 제품을 대체하며 혜택을 보는 나라들도 미국과 중국의 수요가 약화되면서 벌어지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결과 미중 무역전쟁에 노출된 나라들은 투자와 수출 측면에서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과의 교역에 GDP의 3.9%가 연계돼 있는 중국은 물론 대만과 한국, 말레이시아도 큰 피해를 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노출된 주요국 중 2018년 3분기 이래 투자성장세가 하락한 곳은 8개국이었다. 투자지출이 줄어들면 현재 경제성장에도 안 좋지만, 미래 경제성장도 발목 잡을 수 있다.

G20 정상회담 또는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전 세계 촉각이 쏠려 있다. 블룸버그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상업적 이해관계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여전히 협상타결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개방된 중국시장, 강화된 지적재산권 보호 등에 순수한 혜택을 얻을 전망이다. 중국 입장에서 단기적 손해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제효율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역을 넘어 지정학적 의제로 확대되면 협상 타결은 요원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재선 대장정을 선포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역대 미국 대선을 보면 중국을 때릴수록 표를 쉽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도 국내정치를 외면할 수 없다. 미국에 일방적인 양보를 했다는 이미지를 남기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블룸버그가 35명의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G20 협상을 예상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은 미국과 중국이 기존 관세를 유지하고 협상을 지속한다는 '휴전' 가능성을 지적했다. 반면 기존 관세를 철회하는 부분적 협상 타결 가능성은 20%로 예상됐다. 협상이 결렬돼 미국이 전체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이 보복에 나서는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은 25%로 전망됐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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