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된 역세권, 도심 활력 전진기지로

2019-06-27 12:02:28 게재

서울시 27일 '역세권 활성화 추진계획' 발표

저이용 역세권, 직주근접 가능한 공간으로

용적률 높여 사업성 확보·절반은 공공기여

'역에서 5분 거리' '더블 역세권' '00역까지 걸어서 5분' 부동산 광고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문구들이다. 하지만 최근엔 그 자리를 '00산 숲세권' '00공원 인접' 등이 차지하고 있다. 생활 패턴 변화, 삶의 질 중시 등 세태가 바뀐 탓도 있지만 역세권이 여러 제약에 묶여 주거 및 상업 공간으로 매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시내 역 주변은 도시 활성화와 부족한 도심 공간 확보를 위해 활용성이 큰 공간이라고 말한다. 시가지 조성과 대중교통 인프라 건설이 비계획적으로 이뤄지다보니 현재는 낙후된 지역으로 분류되지만 대부분 교통요지에 위치해 있고 계획 여부에 따라 도심 활성화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27일 역세권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 공릉역 등 5곳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가 정체된 도시문제 해결 카드로 '역세권 활성화'를 들고 나섰다. 서울 전체 시가지 면적의 15%를 차지하며 총 307개에 달하는 역세권 활성화를 통해 낙후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고 부족한 도시 공간 문제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27일 교통혼잡, 개발용지 고갈 등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도심 내 부족한 어린이집, 주차장, 공공주택 등을 확충하는 내용을 담은 '역세권 활성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올 하반기 7호선 공릉역 주변 등 5개소에서 시범 사업을 실시한 뒤 내년부터 확대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핵심은 역세권을 중심으로 주거·비주거 기능이 결합된 복합개발을 통해 직주근접이 가능한 컴팩트 시티(Compact City)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세권이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시 관계자는 "실제 역세권은 여전히 저이용·비활성화돼 있어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역에 인접할수록 노후건축물과 차량통행이 불가능한 필지 비율이 곳이 많으며 특히 지가 대비 용적률이 낮아 신규개발도 이면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시가 내놓은 방안은 파격적 용도지역 상향이다. 묶여 있던 용도지역 제한을 풀어 용적률을 높여줌으로써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한다. 대신 용적률 증가분의 50%는 문화시설, 공용주차장 등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새로 짓는 공공기여로 받는다. 민간은 사업성을 높이고 공공은 지역에 필요한 생활SOC를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용도지역 변경은 역세권 유형과 대상지별 특성에 따라 최대 3단계까지 상향될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 역세권 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용도 상향 범위를 차등 적용할 계획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번 계획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공공주택 8만호 추가공급 계획 가운데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세부 전략이기도 하다. 역세권을 활성화한다는 점에서는 서울시가 2016년부터 추진해온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과 유사하다.

하지만 청년주택이 공공 민간임대주택 위주 공급 방식이라면 이번 계획은 각 역세권 특성에 따라 주택뿐 아니라 사무실과 상가 등 지역별 필요에 맞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시범 사업은 노원구 공릉역 KT 부지에서 첫 삽을 뜬다.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근린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변경해 지역에 필요한 시설을 확충하게 된다. SH공사의 컨설팅과 민간사업자 협의를 통해 7월부터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가, 2020년 사업계획 결정, 2023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릉역을 제외한 4개 시범사업지는 검토 중이다. 자치구와 연계한 공모방식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개발된 강북 지역 역세권을 중심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역세권 활성화사업은 용도지역 변경을 통해 증가하는 용적률을 사업 추진동력으로 삼는만큼 용도지역 취지에 부합하지 않거나 역사도심 처럼 상위계획상 보존이 필요한 곳은 대상지에서 제외된다. 또 도로 조건, 필지 규모, 노후도 등 3가지 조건이 충족되는 곳이라야 사업 시행이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역세권 활성화 사업을 통해 교통 미세먼지는 물론 밤이면 유령도시처럼 텅 비는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도심 내 부족한 주택 공급을 늘려 서울의 주거안정을 도모하고 서울 전역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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