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동해, 서해 경제권과 남북한 관계

2011-10-12 12:12:45 게재

중국은 나진항을 통한 출해권을 확보하면서 150년 만에 다시 한반도동해로 출해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추진 중인 창지투개발의 시각에서는 흑룡강성과 길림성에 한국과 일본으로 이어지는 근해 통로를 열어 놓은 것이다.

환동해경제권이라는 더 큰 시각에서 보면 유라시아와 태평양을 연결하면서 이루어지는 동북아경제공동체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동북아지역에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키는 획기적인 사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변국의 반응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중국에 뒤이어 나진항 3호부두의 50년 사용권을 획득한 러시아는 나진항과 러시아 하산을 잇는 철도를 서둘러 부설하고 당장 시범운행에 들어가게 됐다. 러시아와 한국을 잇는 가스관 연결이 이루어진다면 역시 북한의 동해연안을 거쳐 한국으로 뻗어나갈 것이다.

북한은 또 나름대로 동해안에서 나선특구에 이어 청진, 함흥, 김책, 원산, 금강산 특구를 구상하고 있다. 당장은 나진선봉에 뒤이어 동해안의 청진, 칠보산지역의 관광길을 열어 놓았으며 나진항으로부터 금강산까지 관광도 타진하고 있다. 환동해경제권구상이 나온 후 그동안 잠잠했던 동해가 다시 출렁이기 시작하고 있다. 환동해경제권이라는 구상이 이젠 입체적으로 그 각을 드러낸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지리적으로 동해주변 국가에는 수십개의 도시와 3억명이 넘는 인구가 있다. 도시간의 항운시간은 1~2일 시간대에 있다. 여러 나라의 도시들은 자금, 산업, 교통, 기술, 자원, 노동력 등 면에서 저마다 우세를 가지고 있다. 상호 보완이 이루어질 수 있는 조건이이다. 세계에서 새로운 경제발전중심지로 부상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 세계 유일의 냉전구도가 남북한의 대결구도로 자리 잡고 있다. 환동해경제권이 이루어지지 못한 주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중·러, 동해안에서 주도권 경쟁

한반도에서 대결의 지정전략을 펼치게 되면 협력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이 갖은 노력을 하였지만 자르비노항이나 나진항의 출해권을 확보하지 못했던 원인도 궁극적으로는 여기에 있다. 결국 중국이 동해출해권을 확보하게 된 것은 지정전략의 차원이 아니라 지경학(GeoEconomics) 차원에서 협력을 도모할 수 있게 된 결과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북한의 적극적 참여가 없고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태가 지속된다면 환동해경제권도 제한된 시공간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본격적인 참여는 남북한관계 개선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환동해경제권이라는 틀 안에서 남북이 동해안에서 이어질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은 없는가?

그래서 떠오르는 것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다. 동해와는 거리도 멀지 않다. 남북이 공동개최는 몰라도 분산개최 형식으로라도 합의를 보고 그를 위한 인프라 건설, 예컨대 남북동해안을 연결하는 철도를 부설한다든지 하면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동해권에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똑같은 경우가 서해에도 있다. 인천에서는 2014년 아시안게임이 열리게 된다. 남북이 일초즉발의 위기까지 갔던 지난해의 충돌은 서해에서 일어났다. 그 서해에서 남북한이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손을 잡고 환황해경제권이라는 큰 틀안에서 협력을 모색한다면 한반도의 평화와 협력을 선도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지난 정부에서 이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기 위한 남북간의 합의가 있었다. 서해의 지경학적인 의의를 보다 더 강조하면 협력의 문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평창올림픽과 인천아시안 게임이 기회

이제 한반도의 동해에서는 환동해경제권이, 서해에서는 환황해경제권이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한반도는 바로 그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전통적인 지정학시각에서 보면 한반도는 여전히 다른 나라들이 호시탐탐 노려보는 대상일 뿐이고 여전히 고래 사이의 새우로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경학적 시각에서 보면 동해와 서해의 경제권은 한반도가 웅비할 수 있는 양날개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은 동북아와 관련 있는 거의 모든 나라들이 정권교체에 들어가는 특이한 해이다. 새로운 희망이 태동하는 해이다. 환동해, 환황해 경제권 태동에 힘입어 한반도 남과 북, 동해와 서해에서 새로운 비전이 기대되는 해이기도 하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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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징이 베이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