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일 대법관 옹호하려 외국판결 허위 인용"

2019-08-02 11:46:16 게재

전석진 변호사, 김태규 판사 공개 비판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가 최근 "대법 일제 강제징용 판결이 잘못됐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자, 전석진 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는 "김 판사가 외국판결을 허위 인용해 오류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1일 SNS에 장문의 글을 올려 김 판사의 견해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와 그 주요 회원단체들이 7월 25일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과거사 부정, 경제보복, 한일 갈등조장 아베정권 규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경실련 제공


◆"인용된 미국판결, 강제징용 사건과 달라" = 김 판사는 최근 SNS에 남긴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의견 말미에 유사한 미국의 판례라며 제임스킹(James King) 사건에 대한 미국 연방법원 판결문을 원용했다. 김 판사의 글에 따르면, 이 사건은 1941년 12월 남태평양전쟁에서 포로가 된 20세의 제임스 킹이라는 미군병사가 종전까지 낮에는 철강회사에서 일하고 밤에는 포로수용소에 수감돼 고통 받으면서 지내다가 종전과 함께 석방된 후, 그를 포함한 피해자들이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일본 회사를 상대로 소를 제기한 사건이다. 그는 "(연방법원이) 원고들의 희생에 무한한 감사를 표하면서도, 그들의 청구는 기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 변호사는 "제임스 킹판결에서 문제가 된 것은 미국 및 연합국과 일본 사이의 샌프란시스코 협약에 관한 것인데, 위 협약에는 명백히 미국 국민의 일본 및 일본 국민에 의해 행해진 행위에 대한 청구권을 포기한다고 규정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일본의 협약과는 달리 한일 청구권 협정은 개인의 청구권을 포기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김소영·이동원·노정희 대법관도 다수의견에 대한 별개의견에서 "청구권협정은 그 문언상 개인청구권 자체의 포기나 소멸에 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며 "이 점에서 연합국과 일본이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연합국은 모든 보상청구, 연합국과 그 국민의 배상청구 및 군이 점령비용에 관한 청구를 모두 포기한다'고 명시적으로 청구권의 포기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과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한목소리원칙, 외교부와 조율해 판결하라는 의미 아냐" = 김 판사는 "대법원이 외교부 등 행정부와 의견조율이 없이 판결을 해 국제법에서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원칙을 어겼다"는 비판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 변호사는 "한목소리원칙은 기본적으로는 주정부가 연방정부의 정책에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 없다는 맥락에서 나온 것이지 법원이 외교부의 의견 조율없이 판결하면 안된다는 원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외교부와 조율을 하고 판결해야 한다는 것은 사법권 독립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전 변호사는 "지보토프스키(Zivotofsky)사건에서 미국 대법원은 이스라엘 수도로서의 예루살렘 지위에 관한 대통령과 의회 분쟁에 대해 브레이어(Breyer) 판사가 한목소리원칙을 들어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며 "법원이 한목소리의 원칙에 따라 외국문제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은 틀린 견해"라고 주장했다.

◆"페리니 판결 개인청구권 소멸 거론 안해" = 김 판사는 "개인의 청구권을 국가가 조약을 통해 일괄해서 처리해서 개인의 청구권이 막혔다고 잘못됐다고 하기도 어렵다"며 페리니 판결을 거론한 권순일 대법관 등의 반대의견을 인용했다.

전 변호사는 "페리니 판결 그 어디에도 권순일의 반대의견과 같이 해석되는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김소영·이동원·노정희 대법관은 별개의견에서 "일괄처리협정을 통해 개인의 청구권까지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다고 보려면, 적어도 해당 조약에 이에 관한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실제 국제사법재판소 페리니판결 결론 부분은 "법원(ICJ)은 이탈리아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국제법이 개별 피해자에게 무력충돌이 법률위반에 대해 배상청구권을 직접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는지 여부에 대해 판결을 내릴 필요는 없다"고 명시했다.

안성열 기자 sonan@naeil.com
안성열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