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라 변호사의 사건 돋보기 (9)

좋은 변호사 찾는 법

2019-08-26 11:36:24 게재
이보라 변호사

변호사 2만명 시대다. 하지만 TV 채널이 많아져도 볼 만한 프로그램을 찾기는 어렵듯이, 좋은 변호사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검색 포털을 뒤지고, 인터넷 카페에서 댓글들을 섭렵하고, 번듯한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면 자신 있는 포즈를 취한 세련된 인상의 변호사가 의뢰인을 반긴다. 길고 복잡한 이력에 고개를 끄덕이며 예약을 잡고, 사무실에 방문해 상담을 하고 어느새 수임이 끝난다. 많은 의뢰인이 이런 과정을 거치지만 소송에는 승자와 패자가 있게 마련이고, 결과가 나온 후 되돌릴 방법은 없다. 법정이라는 전쟁터에서 승리로 이끌어 줄 변호사는 누구일까.

우선, 유연한 변호사를 만나야 한다. 비단 언변이 유창하고 표정연기가 능란한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의뢰인의 입장에서 유리하기만 한 사건은 변호사를 선임할 필요가 없다. 유능한 변호사는 강점과 약점을 분명히 인지하고 상황에 맞는 변호를 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다툴 것은 다투면서 법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전술을 택하는데, 여기엔 경험과 순발력이 필요하다. 언제나 돌격만을 외치는 지휘관은 전투에서는 이길지언정 전쟁에서는 이길 수 없다. 의뢰인을 등에 업고 무작정 목청만 높여대는 변호사는 패소하기 마련이다.

둘째, 뻣뻣한 변호사를 만나야 한다. 드라마에서처럼 '이의 있습니다!'를 외치며 앞으로 뛰쳐나와, 재판부와 방청객들을 훈계하며 정의를 설파하는 변호사가 아니다(변론은 공손히 제자리에서 해야 한다). 의뢰인은 하루 빨리 재판에서 이기고 싶고, 초조한 마음에 변호사를 다그치지만 유능한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되 의뢰인의 말을 모두 들어서는 안 된다. 승객에게 노를 양보하는 사공은 배에 탈 필요가 없다. 때로는 의뢰인과 싸우고 의뢰인을 설득하여 종국에는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재판을 이끌어야 한다.

바쁘지 않은 변호사를 만나야 한다. 유능한 변호사일수록 입소문을 통해 많은 수임 의뢰가 들어오고 많은 사건을 담당할 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역으로 맡은 사건이 많다고 해서 그 변호사가 반드시 우수한 것은 아니다. 전국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맛집도 많지만, 동네 사람들만 알음알음 찾는 숨겨진 맛집도 있게 마련이다. 절대적인 수임 건수보다는 해당 분야에 대해 몇 건이나 소송 경험이 있는지, 항소심 혹은 상고심까지 한 사건을 계속 담당한 경우가 많이 있는지, 의뢰인과 긴밀한 의사소통을 하는지 등의 요소를 알 수 있다면 나를 더 잘 도와줄 수 있는 변호사를 찾을 수 있다.

변호사 사무실이 많기로 유명한 서초동 법조타운의 밤은 언제나 불야성을 방불케 한다. 언뜻 세 봐도 백여 개는 훨씬 넘는 크고 작은 사무실에서, 변호사들은 각자의 사건을 붙잡고 골머리를 싸매고 있다. 의뢰인과 변호사의 만남도 결국은 사람 간의 인연이며, 좋은 인연이 있듯 나쁜 인연도 있게 마련이다. 의뢰인과 변호사는 금전과 의무로 묶인 계약 관계이지만, 같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한 배를 탄 동반자 관계이기도 하다. 소송과 재판이라는 헝클어진 매듭을 함께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믿음직한 인연을 만나기를 기원한다.

[이보라 변호사의 사건 돋보기 연재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