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 엔진·냉동기까지 일본산 독점

2019-08-27 10:43:03 게재

선주들 핵심부품 일본제 선호 … 조선업계 "정부펀드 선박에는 국산 써야" 호소

일본제품이 독점하고 있는 원양어선 엔진·냉동기 시장에 국산제품 공급길을 열어 달라는 기자재업체들의 요구가 커지고 있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발주된 원양어선 2척의 엔진과 냉동기 부품을 놓고 선주측과 조선기자재업체가 갈등을 빚고 있다. 수십년간 검증된 일본부품을 사용해왔다는 선주들과, 납품실적을 요구하는 선주들 때문에 국산부품 진입이 차단됐다는 조선기자재업계의 주장이 맞서는 모양새다.

원양어선(오징어 채낚기 어선) 2척은 해양수산부가 출자한 안전펀드(1700억원)를 통해 발주한 것으로 조선기자재업계는 정부가 선주측에 국산부품 사용을 권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일본과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고 국산 부품이 없는 것도 아닌데 굳이 일본산만 고집할 필요가 있나"며 "정부가 국산부품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선주측에 국산 엔진과 냉동기 사용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엔진과 냉동기는 원양어선 건조비용 2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부품이다. 국내에서는 1990년대 이후 STX엔진과 삼공사 등에서 엔진과 냉동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선주들은 야마하 엔진 등 일본산을 수십년간 사용해왔다.

선주측은 국내업체에 납품실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선주들은 국산제품 사용경험 부족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떻게 보증하느냐를 중요한 조건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조선기자재업계는 일본 엔진이 독점한 시장에서 국내업체에 대한 납품실적 요구는 불공정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부산경남지역 조선기자재업계 한 관계자는 "엔진 수리 등 에이에스(AS)를 받으려면 국산제품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분위기가 마련되면 선주들도 국산을 선호할 것"이라며 "정부 등에서 보증을 서고 업체에서는 2~3년간 무료수리 등 서비스를 보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선박건조 시장에서 주요부품은 일본산이 장악하고 있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화물탱크 등 핵심적인 부품은 일본산이 거의 독점하다시피 한다. 선박 건조 특성상 선주들이 직접 핵심부품을 선택하다 보니 장기간 사용했던 일본제품을 관행적으로 거래하고 있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선주들은 부품 선택에서 가격과 성능 경쟁력을 따지다 보니 그동안 관행상 국산제품을 선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개발은 물론 성능보증 등에 대한 후속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국산 엔진·냉동기 공급 문제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전펀드를 통해 2023년까지 17척의 어선 건조가 확정된 상태여서 조선기자재업계의 국산화 요구에 정부가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해수부는 조선기자재업계의 엔진과 냉동기 사용 요구에 대해 "선주측에 부품까지 특정 제품을 사용할 것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회신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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