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국채 발행 급증

2019-09-11 10:31:01 게재

16.8조달러로 역대 최고치 기록

투자등급 국채들 중 34% 비중

각국 금리인하 가능성 더 커져

전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국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독일 및 일본 등 신용도가 높은 국가들의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되기 시작했고 지난달 말 기준 마이너스 금리 국채는 16.8조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 세계 투자등급 국채 중 34%의 비중을 차지했다.

◆유럽·아시아 지역금리 먼저 하락 = 11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전 세계 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는 16조8384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이너스 금리는 말 그대로 금리가 0% 이하인 상태를 의미한다. 예금이나 채권 매입시 이자를 받기보다는 오히려 보관료를 부담해야한다. 이는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으로부터 예금의 일부를 예치하도록 하는데 이 예치금 이자율이 마이너스가 되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하기보단 가계와 기업의 대출을 유도해 시중으로 현금이 풀려 경기를 부양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다.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은 각국 경제의 디플레이션을 우려해 마이너스금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유럽의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율은 0.2%와 1.7%로 저성장·저물가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정책금리를 제로금리로 시행하고 있으나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일정금액을 맡겨야 하는 예치금(deposit facility)에 마이너스 금리(-0.4%)를 도입함에 따라 독일과 일본을 중심으로 주요국들에서 마이너스 금리 국채가 발행되기 시작했다.

2014년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직후 마이너스 금리 국채는 34억달러에 불과했으나 2016년 6월 말에는 약 12.2조달러를 넘어서며 규모가 커졌다. 이후 지난해에는 경기가 안정되며 10월 초 마이너스 금리 국채 규모는 5.7조달러 감소했지만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올해 8월 말 국채 규모는 세 배 이상 늘어난 16.8조달러를 기록했다.

장지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금리가 먼저 하락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 경제가 양호한 시점에도 어려웠던 중국경제와 연동, 올해는 유럽이 자동차문제로 고생하면서 실물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졌다"며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악재가 가세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8월까지 전세계 주요국 중 통화정책을 움직인 국가는 31개국에 이른다. 이중 27개국이 금리인하로 통화완화 강도를 높였다.

◆만기 길수록 금리 더 낮아 = 대표적인 안전 국채로 인정받는 독일, 스위스의 30년 만기 국채는 올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본과 프랑스의 10년물 국채에서도 올해 1월과 7월 각각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이후 현재까지 하락폭은 커지고 있다. 미국, 스웨덴 등은 50년~100년 만기 초장기 국채 발행을 검토하는 상황이고 오스트리아의 10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1% 밑으로 하락한 0.75%다.

장 연구원은 "초장기 국채는 발행국가에 이자 부담을 낮추면서 안정적인 장기 재정자금을 마련할 수 있어 경기부양을 위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유동성이 낮은데 따른 높은 프리미엄, 투자수요 관련 불확실성 등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증가하면서 은행이나 연기금의 수익성 악화 등도 예상된다.

실제 ECB의 제로금리와 주요 국가들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증가하면서 은행들은 예금이자 대신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MMF 판매를 중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덴마크 유스케은행은 잔고가 750만크로네를 초과하는 개인 계좌에 대해 0.6%의 연간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오는 11월부터 스위스 UBS에서도 잔고가 200만스위스프랑을 초과하는 개인 계좌에 연 0.75%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일본 시중은행에서 단기 국채로 운용하는 MMF 상품의 이자율 지급이 어려워짐에 따라 모든 운용회사가 신규판매를 중단하고 향후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 자금을 해지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장 연구원은 "저금리 상황에서 생명보험이나 공적연금, DB 퇴직연금의 경우 가입자에게 고정적인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에 있어 금리 하락은 기관들의 재무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통화완화가 실물보다 금융버블만 더 야기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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